[한국농어민신문]

농민의 자조조직으로 1961년에 출범한 종합농협의 중앙기구인 농협중앙회 회장은 임시조치법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함으로써 거의 30년 동안 농민조합원의 주권인 회장 선거권을 박탈당하였다. 다행히 1988년 민주화를 통해 조합장 직접 선거권을 회복하여 관제농협이라는 오명을 벗고 명실상부한 자주적 협동조직으로 새 출발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러나 민주농협 20여 년만인 2009년 정부입법에 의한 농협법 개정으로,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전체 조합장의 직선제에서 또 다시 대의원조합장의 간접선거제로 회귀함으로써 농협 민주화는 역사적 퇴행의 길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당시 지방선거, 총선, 대선 등 선거철만 되면 온갖 불법과 부정이 횡행하여 온 나라가 시끄럽다보니 농협회장 선거만이라도 조용히 진행시키려는 최고통치자의 뜻이 반영된 게 아닌가 하는 게 지금의 추측일 뿐이다.

돌이켜 보면, 중앙회장의 조합장 간선제가 도입된 지난 10년간 중앙회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의 왜곡과 선거때마다 담합이나 비방, 매수 등의 각종 부정행위와 혼탁으로 얼룩지는 구조적인 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실제로 농협은 지난 2016년 중앙회장 선거 때 선거법 위반과 관련하여 4년 내내 화합은 오간 데 없고 갈등과 불신으로 점철된 나날들을 목도해야만 했다. 민주화의 산물인 회장과 조합장 선거를 지역과 농업계의 축제로 향유하지 못하고, 지연과 학연과 파벌과 정실인사와 논공행상의 이전투구로 만들어 국민의 지탄과 농협 개혁의 빌미만 주고 말았다.

또한, 농업인 조합원을 대표하는 중앙회장을 대의원회에서 선출하게 되면 대다수의 일선 조합장과 조합원의 관심도 하락으로 농협 운영의 참여도와 사업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직선제에 비하여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중앙회 회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직무인 회원과 농업인 조합원의 권익 대변을 위한 농정활동을 위해서도 간선제 선출 방식보다는 직선제 선출 방식이 보다 바람직하다.

지금의 농협중앙회장 선거방식은 전체 1118개 농축협 조합장을 대신하는 293명의 대의원 조합장 중에서 과반수만 표를 얻으면 당선되는 간접선거제이다. 다시 말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147명의 대의원 조합장 지지만 얻으면 중앙회장이 된다는 말이다. 이는 재배작물과 지역도 다르고 영농규모도 다른 전국의 수백만 조합원의 투심(投心)을 오롯이 반영하기에는 심각한 대표성의 문제를 내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상적이라고 해도 전체 조합원이 모두 참여하는 중앙회장 직선제의 도입은 현실적으로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 분포하고 있는 1118개 농축인삼협의 조합장님들 그 자체가 조합원들이 직접 뽑은 대표이기 때문에, 중앙회장의 조합장 직선제야 말로 명실상부한 간선제인 동시에 지금 같은 대의원 간선제의 문제점과 한계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2020년 1월 31일은 차기 농협중앙회장을 뽑는 선거일이며 지금 국회에는 ‘중앙회장은 총회에서 회원조합장들이 직접 선출한다’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차기 회장선거에 중앙회장 직선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정말 촉박하다.

온전한 대표성의 확보와 깨끗한 선거는 농협개혁의 시작이요, 끝이기에 중앙회장의 조합장 직선제를 통해 조합원 주권을 전체 농업인에게 반드시 돌려주어야 한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전 농업인들이 흐트러짐 없이 힘과 뜻을 한데 모아야 한다, 그리고 4월 총선을 앞둔 민의의 전당 국회에 우리의 요구를 당당하게 전해야 한다. 특히 전국의 조합장들은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진정한 농협민주화의 열망과 시대적 요구를 위해 대의(大義)에 앞장서는 것이 마땅하다.며칠, 몇 시간밖에 남지않은 촌음을 다투는 절체절명의 시점이다.

/문병완 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 6·7대 회장(전남 보성농협 조합장) 
 곽근영 현 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장(경남 새고성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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