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향후 WTO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쌀 등 민감 품목에 대한 별도의 협상권한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겨냥한 중국은 그대로인데 우리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농업계는 미국의 일방적 강요에 굴복한 굴욕 외교이자 농민의 희생만 요구하는 항복 선언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더욱이 정부가 대응 방향으로 제시한 공익형직불제 도입이나 내년도 농업예산 15조4000억원 등은 개도국지위와 무관하게 진행 중인 정책이어서 실망이 크다. 농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역할을 책임지고 해나갈 것이란 약속도 최근 농민단체와의 간담회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정부 행태를 감안할 때 ‘사탕발림’이란 우려가 높다. 문제는 향후 국내 농산물시장은 급속한 수입 농축산물 증가로 생산기반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관세와 보조금 분야에서 개도국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WTO 허용 보조금 1조4900억원이 절반으로 삭감되고, 선진국 의무 수행의 3분의 2인 관세혜택도 사라진다. 국제협상 과정에서 상대국은 우리나라의 선진국지위 의무를 내세우며 관세인하와 개방품목 확대를 요구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개도국지위 포기를 철회하던지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농업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한 만큼 농민대표들을 만나 합리적 방안을 고민하는 포용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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