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강재남 기자]

▲ 가을장마와 두 번의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8년차 청년농부 양현철씨가 무름병에 걸린 무를 보여주며 막막한 심정을 얘기하고 있다.

제주 청년농부 변한칠·양현철 씨 
애월 일대 밭 5만평 임대했지만
잇단 자연재해로 ‘희망 무너져’
“침수된 무 절반 이상이 무름병”


“올해 농사가 잘 되면 재배를 늘려볼까 했는데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지난 8월부터 이어진 가을장마와 제13호 태풍 ‘링링’, 제17호 태풍 ‘타파’로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일대 5만여평 밭을 임대해 단무지용 무를 재배하던 농사 8년차 제주 청년농부 변한칠(46)·양현철(47)씨의 희망이 무너져 내렸다.

이들은 지난해 젊은 혈기로 의기투합해 약 16만5000(5만여평)㎡을 임대, 단무지용 무 재배를 시작했다. 파종 후 이어진 가뭄으로 발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태풍 ‘솔릭’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패기 하나로 지난 한 해를 버텼다.

하지만, 올해에는 가을장마와 태풍으로 폐작 상황에 놓여 제주도에서 지원하는 휴경 지원금을 받고 포기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양현철 씨는 “가을장마와 태풍으로 비 날씨가 계속돼 밭 대부분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며 “문제는 침수 피해 후 날이 좋아지면 무 대부분이 무름병에 걸려 상품으로 출하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 두 농부의 밭은 한 두 뼘정도 자란 무가 푸르게 잘 자라고 있는 듯 보였지만, 무를 뽑아보면 잘려나가거나 무 표면이 흐물흐물하고 일부분 색이 변하는 등 무름병에 걸린 것이 대부분이었다.

양 씨는 “현재 무름병에 걸린 것이 50% 이상이고 앞으로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늘 그나마 살릴 수 있는 것은 살리고 무름병 확산을 막기 위해 방제를 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 씨는 “단무지용 무는 병해충에 강해 웬만해서는 병에 안 걸리는 데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손을 쓸 방도가 없었다”며 “재해보험사에도 왔다갔지만 이번 피해로 임대비, 파종비 등 경영비를 제외하고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정도 피해를 볼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시기적으로 재파종을 할 수도 없고 대파를 할 작목도 없어 5만평 전부를 폐작하고, 도에서 지원하는 휴경특별지원금을 받아 휴경을 할까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양 씨는 “수확한 무 전량을 육지부 업체에 납품하는 데 올해는 농사가 잘 되면 친구와 재배면적을 늘려볼까 생각했는데 비가 너무 와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수확 후 받은 돈으로 임대료도 내야하고 빚도 갚아야 하는데 생산비도 못 건질 상황이 되니 어떻게 회생을 해야 할지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태풍 타파가 제주에 영향을 주는 동안 한라산 어리목에 783mm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성산 303.5mm, 제주시 282.2mm, 서귀포 136.7mm, 고산 69.6mm 등의 비가 내렸다.

가을장마와 태풍 링링으로 유실되거나 침수된 농지 피해 면적은 7116ha로 잠정 집계됐으며, 당근의 경우 전체 재배면적의 71%, 감자의 경우 81%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8월부터 지속된 가을장마와 두 번의 태풍으로 당근, 감자, 월동무 등 월동채소 재배지의 70% 가량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농업분야 피해 실태조사 후 피해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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