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수많은 방역 관련 인력이 투입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배포한 보고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차량 역학 농장 437곳에 265개소의 초소, 857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이외에 거점소독시설 등 주요 축산 관련 시설에도 인력이 투입된다. 그만큼 전염병 확산을 막으려면 철저한 방역관리가 필수다.

문제는 이 같은 방역 인력이 질병 발생 현장이 아닌 곳에서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9월 18일 자유한국당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보고를 받았고 23일에는 민주당 지도부가 양평군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상황실을 방문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달 24일 현안보고를 받기 위해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축산국장, 방역정책국장, 검역본부장 등을 일괄 소환했다. 현장을 진두지휘해야 할 방역 책임자들이 수시로 진행되는 정치권의 소환 때문에 시간을 버리는 셈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시점인 상황에서 방역 책임자들을 국회로 부른 것이 부적절했다고 판단했는지 여야는 현안보고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 수장들의 현장 방문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김현수 장관은 9월 19일 김포시 통진읍과 동두천시 상패동의 양돈장을 방문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도 19일 철원군 소재 거점소독시설을 방문해 방역현장을 점검했다. 농업을 대표하는 수장들이 현장에 뜨면서 수많은 수행인원들이 따라붙었다. 적잖은 방역 인력이 동행한 것은 당연지사.

더 큰 문제는 방역을 책임져야 할 수장들의 방역의식이다. 농식품부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당시 영상을 보면 동행인원 중 일부가 방역복을 착용하지 않은 채 농장 주변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확인됐다. 거점소독시설을 방문한 김병원 회장과 수행원들은 방역복을 입지 않았다. 양돈장과 거점소독시설은 수많은 축산 관련 시설들이 오가는 곳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되는 장소다. 그만큼 철저한 방역이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같은 기본적인 생각조차 하지 않은 듯하다. 김현수 장관과 김병원 회장의 현장 방문을 두고 축산농가들이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김현수 장관은 19일 현장방문에서 “앞으로 3주가 결정적인 고비니까 자기 이외엔 아무도 (돼지를) 못 만지도록 해야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특별히 전파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씀 공감한다. 다만, 농업계 대표 수장들께서 먼저 실천해달라고 간곡히 요청드린다.

이현우 기자 축산팀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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