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영 수의사회 부회장 등 지적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야생멧돼지 통한 직·간접 전파
폐사체서 흘러 나온 오염물질
쥐·새·태풍 등으로 퍼졌을 수도
북한에 소독제 지원 등 시급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이어지는 가운데 방역당국에선 여전히 최초 바이러스 감염 경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다수의 양돈 및 가축질병 전문가들은 북한을 통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입을 가장 유력한 경로로 지목하고 있다.

9월 17일, 경기도 파주 지역의 양돈 농가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시작으로 파주에서만 2건, 경기도 연천과 김포 각 1건, 강화 5건 등 지금까지 총 9개소(9월 27일 기준)의 농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이농가들이 대부분 출하 차량 등 서로 차량에 의한 역학관계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 추가 발생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초 감염원은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은 돼지에 대한 음식물류폐기물 급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와의 접촉, 농장 관계자의 발병국 방문 및 불법축산물 반입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장 모두 음식물류폐기물을 사료로 사용하지 않는데다, 농장주와 종사자들이 최근 외국을 출입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방역당국은 일단 이들에 의한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 지난 5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공식화 한 북한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후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과 인접한 북한의 감염 및 북한을 통한 남한 전염 가능성을 전망해 왔고, 북한의 발병이 공식화된 다음부터는 남한 유입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모두 북한 접경지역인 것도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양돈 분야 전문가인 김준영 대한수의사회 부회장(홍천 김준영 동물병원장, 사진)은 “현재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황해도까지 퍼졌고, 개성까지 내려왔을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며 “때문에 우리나라 감염원으로 북한이 가장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부회장은 2005년부터 (사)통일농수산사업단에 참여해 양돈사업팀장으로 만 4년 동안 북한 양돈 현장을 오간 경험이 있으며, 그 이후에도 북한의 가축 사육 현황 등을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어떻게 우리 양돈 농가로 유입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넘어 온 야생멧돼지를 통한 직·간접 전파, 북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폐사체에서 나온 오염물질이 하천과 강을 따라 퍼진 경우, 얼마 전 북한에도 상륙했던 태풍으로 인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접경지역을 오염시켰을 가능성 등을 꼽고 있다.

김준영 부회장도 여기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에 더 주목했다. 북한에는 군부대에서도 돼지를 사육한다는 부분. 김 부회장은 “북한은 접경지역의 군부대에서도 돼지를 키우는데, 군부대 돼지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됐을 것”이라며 “그러면 지금 남한 상황이 이해가 된다”고 언급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폐사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접경지역 인근에 버렸을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서 나오는 바이러스가 멧돼지를 비롯한 야생동물, 쥐, 새 등에 의해 남한으로 옮겨졌거나 태풍으로 인해 남한으로 유입됐을 수 있다는 게 김준영 부회장의 설명이다. 또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잠복기를 감안하면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 외에 북한에서 유입된 바이러스에 최초 감염된 농장이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김준영 부회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최초 감염원 파악 및 북한을 통한 추가적인 질병 발생 예방을 위해 비무장지대를 대상으로 한 오염 가능성 확인과 함께 북한에 대한 소독제 지원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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