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9월 둘째 주에 진입하며 산지와 도매시장에서의 추석 대목 준비가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올 추석은 ‘가라앉은 대목장’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생육·소비 부진 등 생산과 소비 양 축이 무너지며 농산물 최대 소비기인 추석 대목장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 무엇이 추석 대목장을 가라앉게 했을까. 산지와 시장에선 ‘어수선한 정국’, ’잦은 비’, ’성급한 전망’ 등 인재와 천재가 맞물린 결과물이라고 보고 있다.


생산·소비 ‘양 축’ 무너지며 
채소류 대부분 시세 떨어져
과일류도 예상 깨고 하락세

▶인재·천재가 맞물린 ‘결과’

조국 임명 관련 정치권 공방
대목 분위기에 찬물 끼얹고
가을장마·국지성 호우·태풍이
생육 저하·홍수 출하 초래해
“전년비 과일가격 144% 급등”
소바자단체 설레발도 한 몫 


◆대목장이 가라앉았다=올 추석 대목장, 주요 농산물 시세가 기대 이하로 나오고 있고, 예측도 어렵게 전개되고 있다. 채소류는 거의 모든 품목 시세가 동반 하락했고, 특히 차례상 탕국에 주로 쓰이는 무와 나물류인 시금치, 잡채에 활용되는 당근 등 추석용 주요 품목 시세가 바닥세였다는 게 더 아프게 다가왔다. 9월 초 현재 채소류 시세는 추석 대목이 무르익지도 않았던 평년 이 시기의 8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과일류도 주요 제수용 과일인 사과와 배가 예상보다 못한 시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전망 등을 토대로 보면 추석 성수기 사과 시세는 2만9000원~3만2000원 내외(홍로 5kg 상품)의 시세가 전망됐다. 3만4900원이었던 지난해보다는 낮지만 2만9100원이었던 평년보다는 소폭 높은 전망치였다. 그러나 9월 들어 2일 3만4614원이었던 사과 시세는 3일 3만845원, 5일 2만4302원, 7일 2만2571원 등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배도 9월 첫 경매일이었던 2일 2만9148원(신고 7.5kg 상품)에서 3일 2만8901원,, 5일 2만7685원, 7일엔 2만2571원까지 떨어졌다. 2만7000원~3만원으로 예고된 추석 성수기 배 도매가격 전망치 아래까지 가격선이 내려왔다.

산지에선 8월 중순까지도 양호했던 생육 상황이 정작 추석 대목을 목전에 두고 바뀌었다. 8월 말 이후 잦은 비로 인해 수확과 출하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고, 이에 출하 물량 규모가 하루가 다르고 변하고 시세가 들쑥날쑥하는 등 시세 예측도 유독 어려웠다.

◆무엇이 대목장을 날렸나=이번 추석 대목장엔 여러 악재들이 맞물려 추석 대목장을 가라앉혔다. 이 중 무엇보다 어수선한 정국이 추석 대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게 산지와 시장의 공통된 분석이다. 8월부터 시작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와 관련해 정치권과 언론의 공방은 추석 대목장까지 계속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후보를 지명한지 무려 4주 만인 6일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이미 추석 대목장이 묻히고 난 뒤였다.

잦은 비도 대목장엔 좋지 않게 작용했다. 산지에선 장마철과 집중호우가 잦은 7~8월 별다른 비 피해가 없어 작물 생육이 양호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8월 말부터 시작된 가을장마와 국지성 호우 등 잦은 비가 정작 추석 대목 직전 생육 상황을 안 좋게 만들었다. 여기에 추석 직전 주말에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태풍 전에 출하하려는 물량이 몰려 당초 전망 이상의 홍수출하도 됐다. 잦은 비와 주말 태풍은 소비력도 상당히 떨어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추석 직전 토요일에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으로 인해 마트와 시장 등 오프라인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졌다.

‘이른 추석’에 대한 성급한 전망 등 유통업체와 여러 기관, 단체의 행보도 추석 매기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줬다. 추석 대목이 시작되기도 전에 몇몇 유통업체에선 이른 추석으로 인한 수급 문제를 제기하며 사과와 배 등의 과일 선물을 수입과일이나 타 부류 상품으로 돌려놓았다. 여기에 대목장에 진입하던 지난달 28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선 과일 가격이 평년에 비해 급등했다는 분석을 내놓아 대목장 과일 소비에 치명타를 안겼다. 당시 소비자단체협의회에선 햇사과가 10.2%, 햇배가 46.8%, 햇단감이 72.2% 상승하는 등 과일이 전년에 비해 144%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대목의 정점이었던 9월 들어 사과와 배는 지난해보다 턱없이 낮은 시세가 이어졌다. 시세가 상승한 단감도 9월 5일이 돼서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첫 가격을 기록하는 등 8월 말 시세는 가격 동향을 발표하기엔 물량이 없어 무의미했다. 5일 발표한 단감 첫 시세도 10kg 상품(서촌 조생)에 2만7000원으로 지난해 첫 시세 3만5267원보다 낮았다.

도매시장의 한 관계자는 “추석 농산물 소비를 촉진시켜야할 기관, 단체에서 오히려 잦은 비 등으로 가뜩이나 가라앉았던 추석 대목을 침몰시켰다”며 “특히 추석 직전 인사를 감행한 정부나 이를 놓고 한 달 가까이 난타전만을 벌인 정치권이나, 성급하고 일방적인 동향만을 내놓은 몇몇 유통업체와 소비자단체나 모두 추석 대목장을 침몰시킨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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