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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농업예산 특별 증액’ 생색내더니···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지난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농정 인식이 드러났던 자리였다. 국가 경제정책을 이끄는 수장이 농업 예산의 4.4% 증액을 ‘특별히 반영했다’며 정부의 치적으로 치켜세우는가 하면, 현장에서 필요한 농업 정책의 예산 수립 요구에 대해선 ‘형평성에 맞지 않다’,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사업 중복 가능성이 있다’, ‘직접 지원보다 간접 지원’이라는 입장을 피력하며 외면했다. 질의를 한 여당 의원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4.4% 인상했다?
국가 전체 예산 중 고작 2.98% 
사상 첫 3% 아래로 떨어졌는데
‘특히·특별히’ 써가며 강조
되레 재정 당국 ‘농업 홀대’ 부각

농업계 요구 반영은 외면
‘도서 농산물 해상운송지원’
대통령 공약인데도 “어려워”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도’도
“시장개입 신중해야” 입장만


◆‘특별히’ 4.4% 증액한 농업 예산=“내년도 예산 편성하면서, 특히 농업 분야에서는 최근 4~5년 농업 예산이 1% 전후로 거의 정체 수준이었는데, 내년도에는 특별히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서 4.4% 증가율로 반영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과거와 다른 차원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서삼석 더불어민주당(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답변 과정에서 정부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특별”하다고 힘주어 언급한 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15조2990억원으로, ‘슈퍼예산’이라고 불리는 국가 전체 예산(513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8%에 그쳤다. 3%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예산 증가율 9.3%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를 향한 농업계의 비난 여론이 큰 상황인데도, 경제부총리가 ‘과거와 달리 특별히 농업 예산을 4% 이상 증액시켰다’며 정부의 치적으로 내세운 것이다. 부총리의 답변에 서삼석 의원은 “하아”, 짧은 한숨을 내쉬고 질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내년 정부 예산안 중 복지 분야는 12.8%, R&D 분야는 17.3%, 환경 분야는 19.3%, 산업 분야는 무려 27.5% 증가율에 달한다. ‘농업예산 4% 증액’이 경제부총리의 말처럼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그의 발언 중 ‘특히’와 ‘특별히’라는 표현이 오히려 재정 당국의 ‘농정 홀대’ 인식을 도드라지게 부각시킨 셈이 됐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외에도 “(농산물) 수급조절이라든가 유통의 합리화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내에서 최대한 지원해 오지 않았나 싶다”며 “물론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서 수급이 철저하게 안정되는 구조는 아니지만, 일단은 시장 상황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가 해야 되는 일에 대해서는 저희는 최대한 노력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자평’했다.

◆기재부가 외면한 농업 예산들=내년도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농업 분야의 일부 정책 사업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기재부가 사실상 ‘외면’한 농업 예산들로, ‘도서지역 농산물 해상운송지원사업’과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도’가 거론됐다.

서삼석 의원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농산물 가격 폭락 사태의 대안으로 최저가격보장제 도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는 “최저가격보장제도처럼 정부가 시장가격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되지 않겠냐는 측면에서 정부 내에서 논의가 있었지만, 쉽게 채택되지 않았다”며 “도입 자체에 대해 충분히 더 검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 의원이 “최저가격보장제를 도입할 의사가 없다고 규정해도 되나”라고 재차 묻자, 부총리는 “정부 내에서는 의견이 일치가 안 돼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해 사실상 제도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가격 폭락 사태에서 고민에 싸여있는 농민들이 부총리의 답변을 듣고 어떻게 이해하실지, 부총리의 답변을 농민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제 책임이 크고 무거운 것 같다”면서, 여당 의원으로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 중 하나인 도서지역 농산물 해상운송지원사업도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 이 사업은 농식품부가 수년 전부터 예산 편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재부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좌절되고 있는 상황. 

반대 이유에 대해 위성곤 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시) 의원이 질의하자, 홍남기 부총리는 “가장 근본적인 것은 운송비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유통시설 지원 등 간접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제주 지역에 조건불리직불금을 제공하고 있어 약간의 사업 중복성도 우려될 수 있고, 또 감귤이나 월동무 같은 것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시장가격을 형성하고 있는데 운송비까지 국가가 지원하는 게 맞는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다”고 답했다.

위성곤 의원은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남, 인천, 경북에 걸친 섬에 대해 전체적으로 지원 요청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해상운송비 지원에 들어가는 금액이 추가적으로 전체 8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위 의원은 이어 “조건불리직불금은 제주뿐만 아니라 산간오지, 강원도에도 지급되고 있다. 해상운송비는 유통인이 아니라 도서 지역 농민들이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전체적으로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게 되고, 감귤과 월동무 소비가 안 되는 것이다. 그만큼 수입산이 소비되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전향적인 사업 검토를 주문했지만, 홍 부총리는 “관심을 갖고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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