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호 북방농업연 연구위원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 박양호 북방농업연구소 연구위원이 한국토양비료학회의 ‘정기학술대회 및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

2018/19양곡년도 식량부족량
2017/18 대비 ‘두 배’ 급증
북, 자연재해 탓 돌리지만
가장 큰 요인 ‘비료부족’인 듯 

주요 비료생산공장 시설 노후
연간 생산량 ‘고난의 행군’ 수준 
질소비료 위주 쏠림도 문제
‘인 비료’ 생산공장 건립 중
“화학비료 공급도 이뤄져야”

북한의 식량자급을 위해선 무기질비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기간 질소위주의 시비로 인산성분이 부족, 작물의 생육환경이 저하됐다는 분석과 함께, 북한의 농업생산성을 높이려면 무기질비료가 필수라는 목소리다.

한국토양비료학회가 8월 21~23일 경상대 BNIT R&D센터에서 ‘정기학술대회 및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진행한 가운데 셋째날 초청강연에 나선 박양호 북방농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 같이 밝혔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북한의 식량자급을 위한 화학비료의 중요성’.

이날 박양호 연구위원은 북한의 식량사정부터 설명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의 북한경제 리뷰를 토대로, 박 연구위원은 북한의 2018/19양곡년도 식량생산량은 417만톤으로 부족량은 159만톤. 이는 2017/18양곡년도의 부족분 80만2000톤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박양호 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러한 식량생산 부족의 주 원인을 자연재해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농경지의 집단화, 국가강제 수매에 의한 생산물 배급제도, 비료의 공급부족에 있다고 판단하며, 그 중에서도 ‘비료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무기질비료 생산량은 2017년 61만2100톤 수준이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은 1995년부터 1998년까지 4년동안 20세기의 가장 비극적인 고난의 행군이란 대기근을 겪었는데, 이 기간 식량생산량은 연평균 287만5000톤이었고, 비료생산량도 연평균 50만8800톤이었다”며 “북한의 주요 비료생산공장인 흥남비료연합기업소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의 시설노후화로 비료생산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당시보다 소폭 늘긴 했지만 여전히 무기질비료 생산량은 부족하다는 해석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무기질비료가 질소비료 위주라는 점이다. 비료의 3대 요소인 질소·인·칼리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로, 2017년 무기질비료 생산량 61만2100톤 중 질소비료는 59만9000톤인 반면, 인산비료와 칼리비료는 각각 1만800톤과 2300톤에 불과했다. 박 연구위원이 “오랜기간 질소위주 시비로 인산성분이 부족해 작물의 생육이 제한됐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현실을 인식, 북한에서도 인 비료를 생산하기 위한 신규공장을 2017년 7월 평남 순천에 건설 중이다. 한국비료협회에 따르면, 인은 광합성 공장을 가공하게 하는 양분이며, 세포분열을 촉진하고 작물생장 증식에 필요한 성분이다. 특히 작물의 초기 생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밑거름으로 주로 활용한다. 박 연구위원은 “인 비료공장은 식량증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농작물의 영양소 흡수증진, 광합성 촉진, 병해충 피해 경감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토양 자체 양분만으로 ㏊당 평균 0.55~0.78톤을 생산할 수 있고, 여기에 유기물을 사용하면 0.55~0.60톤 정도 식량을 추가 증진시킬 수 있으며 여기에 화학비료를 더하면 식량증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서 인식하고 있다”며 “북한의 식량을 늘리기 위해선 현재로서는 화학비료의 충분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북한은 이탄·갈탄 등과 질소비료를 혼합한 흙보산비료를 비롯해 미생물비료 등 유기질비료를 주로 활용하고 있어 ‘토양+유기물+무기질비료’의 적정활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연구위원의 의견이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의 다수확을 위한 과학농사’도 제안, 2월 중순까지 저수확지의 흙갈이를 진행하고, 모든 포전들에 계획된 자급비료와 흙보산비료를 살포하며, 필지별 토양분석과 함께 우량종자를 확보하고, 특히 벼는 큰 모를 소식재배하는 방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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