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소비단계 유통혁신 시급
산지 통합마케팅 고민을
현장 중심 농정연구 확대해야

스마트농업 내실화 기해야
스마트팜 성공사례 없어
사람·기술중심 플랫폼 필요

 

한국농식품정책학회가 지난 22~23일 순천대학교 70주년 기념관에서 ‘기후변화와 스마트 농업 시대의 지역 농식품 발전 방향’을 주제로 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기후변화 문제가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방안과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 방향에 대한 심층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송경환 한국농식품정책학회장(순천대학교 교수)은 개회사에서 “이번 하계학술대회는 농업생산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농식품 정책의 문제를 진단하고 스마트농업이 기후변화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스마트 농업을 주제로 한 이번 하계학술대회 첫날인 22일 심포지엄에서는 우리나라 농업환경과 여건, 농식품부의 스마트 농업 정책 방향에 대한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양승룡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농업환경 변화와 대응 방향’을 제목으로 한 주제발표에서 심각한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한국농업의 생존은 농민과 정부, 학계 모두에게 걸려있는 과제이고 북한과 협력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승룡 교수는 농업의 실태에 대해 “농식품부는 2018년 농업소득이 1292만원으로 전년대비 28.6% 증가했다고 발표했는데, 쌀 가격이 급격히 올랐고 축산농가 소득 때문에 평균이 올라간 것”이라고 지적하고, “평균소득 이하에 위치하고 있는 영세한 농가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WTO가 출범한 1995년 이후 도시가구와 농가 간의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데, 소득격차를 줄이는 정책 목표가 있어야 한다”며 “WTO 출범과 2004년 한·칠레 FTA 발효 이후 크게 출렁이는 농가판매 가격지수 변동성을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가 전체 예산 증가율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농식품부의 예산 증가율 수치는 정부가 농업을 홀대하고 무시하는 단적 사례로 판단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양 교수는 유통정책과 쌀 변동직불금 폐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양 교수는 “농산물 유통비용율에서 산지와 도매단계가 각각 10% 안팎이고 소매단계가 25%를 육박하는 수치를 보면 어느 단계를 혁신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며 “특히 쌀 변동직불금을 폐지하고 시장자동격리를 하자는 것은 벼 재배면적 확대를 초래하는 과거의 추곡수매제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 처한 한국농업의 생존전략에 대해 양 교수는 “우리와 북한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북한과 협력이 농업의 유일한 돌파구”라며 “농민은 소비자 신뢰 확대와 산지 통합마케팅 등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농민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내며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며 “아울러 정부는 농업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며 중장기 농정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학계는 현장 중심의 연구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재철 서울대 초빙교수는 기후변화에 대한 예측기술, 적응기술, 완화기술 등 기후변화 대응 농업기술 체계를 제시했다. 남재철 교수는 “기후변화 예측기술은 미래 기후와 생물학적 생산성 변동요인, 농업 생산 자원 환경 등이고, 기후변화 적응 기술은 신품종 개발, 맞춤형 농산물 재배, 스마트 생산시스템 확립 등이 있다”며 “또한 기후변화 완화 기술은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원 관측, 온실가스 발생 저감, 식량-에너지-물 결합 시스템 개발 등이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남 교수는 “기후변화 시대에 농업은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기상이변에 저항력과 회복력이 강한 품종 개발,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농업생산성을 올리는 동시에 온실가스를 줄이는 스마트농업 시대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호 농림축산식품부 농산업정책과장은 스마트팜 정책 방향에 대해 “스마트팜은 농업 생산 시스템과 인력을 혁신하고 전후방 산업의 투자를 촉진시켜 농업의 혁신성장을 견인하게 될 것”이라며 “세계 스마트농업의 시장규모는 2023년 135억달러로 전망되고 있어 국내 보급 목표를 2018년 4900ha에서 2022년 7000ha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팜에 대한 대규모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스마트팜 실증단지 조성, 빅데이터 수집 공유 체계마련, 스마트팜 표준화 추진, 우리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토론에서는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농업으로 진화는 필연적이기 때문에 보다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백승우 전북대 교수는 “스마트팜을 도입한 농가는 생산성이 상승하고 고용인력과 병해충 발생이 많이 감소했다”며 “정밀농업을 통한 각종 투입재를 줄이고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진 한국농수산대 교수는 “스마트팜에 대한 청년창업 교육이 우후죽순처럼 많은데 스마트팜 성공사례는 없다”며 “스마트팜 사업은 시설과 생산보다는 사람이나 기술 중심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지도를 다시 작성해 지역별 작물 재배 및 적지 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농산물 생산은 기반이 구축된 만큼 농산물마케팅에 대한 과제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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