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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불매운동과 우리농업

[한국농어민신문]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종자·트랙터·각종 농기계 부품 등
농업부문에도 깊이 들어와 있는 일본
경제전쟁 계기로 ‘국산화’ 힘쓰길


지난 7월 1일 아베로부터 촉발된 한일경제전쟁은 그 동안 우리 생활 속에 얼마나 많은 일본제품이 들어와 있었는지를 알게 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이 내린 일제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소재 등 3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하였고 이어서 우리나라를 우방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우리 경제에 타격을 입혀 우리를 백기투항 시키려는 경제보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본의 보복조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 저 밑에 가라앉아 있던 일본에 대한 경계심과 분노를 다시 깨워냈다.

사실 이번에 아베의 경제보복조치가 아니었으면 우리 생활 속에 일본제품이나 문화가 얼마나 깊게 파고들어와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 편하게 구입해 입는 중저가 의류브랜드, 방송 틈틈이 파고드는 저축은행, 음료, 커피, 맥주와 술, 화장품과 의약품, 간장·된장 등 조미료. 얼마나 많은 상품들이 우리 일상 속에 들어와 있는지 모르고 당연한 듯 불편 없이 이용하였다. 그뿐 아니라 여행을 가도 일본으로, 해외연수를 가도 일본으로. 우리의 삶이 이렇게 일본 밀착형으로 구성되어 있구나를 깨닫게 된 것이다. 아베 덕분에.
한편으론 우리경제가 일본에 종속되어 있는 구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으로 치닫던 7월이 끝나갈 무렵 어느 농민단체 회의 뒷풀이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어느 간부가 일본산 맥주이름, 의류브랜드, 자동차와 타이어, 카메라, 종합신발가게, 음료 등의 리스트를 주욱 열거하며 이런 일본산 제품 구입은 사지도 사용하지도 말자고 제의했다. 말이 제의지 다들 방송을 통해 아는 내용이었고 우리 국민들 대부분이 가능하면 사지도 먹지도 말자는 국민 캠페인에 동의하고 있던 터라 새로울 것은 없었다. 그런데 다른 간부 한 사람이 “농업에서 일제 빼고 농사지을 수 있을까”라는 돌발질문을 하였다. 그래서 갑자기 우리 농업에서 사용하는 일본상품, 농기계, 문화가 어떤 것이 있는지 서로 확인을 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일본 여행이나 연수는 우리가 안가면 된다. 종자, 일본산 종자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는데 당장 끊기는 어렵다. 농기계도 트랙터나 콤바인, 이앙기까지 일제 완제품이 들어오는데 기왕 가지고 있는 걸 폐기하기 어렵고 국산 농기계에도 일본산 부품이 들어가 있다.

소형농기계도 일본산이 많고 부품이나 소모품도 국산이나 중국산으로 대체가 어려운 게 많다.
이런 얘기 끝에 내린 결론은 일제를 빼고 농사를 짓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아! 우리 농업도 이렇게 일본에 종속되어 있구나 라는 걸 절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국제 경제는 각 나라가 다른 나라와 서로 분업하고 협력하여 돌아간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경제구조에 익숙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 삶 속에 일본이 어느 정도 깊이 들어와 있는지 가늠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아베의 경제보복은 이런 국제 경제질서를 흔들어 놓은 것이고 우리 삶 속에 일본이 얼마나 들어와 있는지 알게 한 것이다.

우리는 이번에 얻은 교훈을 지렛대 삼아 대일 의존, 일제 선호에서 벗어나 종자도 자립하고 농기계 부품도 국산화해서 일본의 횡포가 되풀이 되어도 우리 농업이 타격받지 않을 수 있도록 대비를 해야 한다. 시장이 작아 제품 개발이 힘들다고 하지만 앞으로 중국, 러시아 연해주, 북한과 동남아시아까지 우리 시장으로 확대할 생각으로 연구, 개발을 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일본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은 아베 정부와 일본 권력집단에게 향해야지 우리 국민들과 일본 국민들간의 혐오와 증오로 나타나서는 안된다. 이건 아베와 일본을 재무장하려는 권력집단의 노림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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