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업인 부부 ‘애도 물결’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판로 어려움 겪다 ‘극단적 선택’
농업인 단체들 성명서 통해 규탄
"생산비도 못 건지는 현실 애통"


판로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친환경 농업인 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저버린 사건이 일어나 애도의 목소리가 농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와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등 친환경 생산자단체를 비롯해 소비자·여성·지역 농업인 단체들이 5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 7월 31일 새벽 제주에서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던 농민 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지역에서 오랜 기간 친환경 농사를 지어오며 판로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해온 농민 부부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이 부부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안전장치 하나 없이 시장 논리에 맡겨진 농산물 유통체계를 비롯한 경쟁력 중심의 농업정책이 있다”면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점점 더 살아가기 힘들어지고 있는 작금의 농업 현실이 이 농가를 결국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애도했다.

농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인이 된 부부는 제주에서 친환경 농업으로 감자, 마늘, 양파, 단호박, 대파 등을 생산했지만, 판로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반복되고, 빚이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의 일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태풍 피해로 인해 생산 차질까지 빚으며 상황이 악화됐고, 결국 비관적 선택을 내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인에 대한 애도는 정부를 향한 분노로 번졌다. 잘못된 정부 정책이 농민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정부는 농산물 가격안정과 경영안정에 대한 농민들의 절박한 요구에 답해야 한다”며 “친환경농업을 육성하겠다고,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현실은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고 일반농산물로 판매하거나 갈아 업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친환경농업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이들은 “더 이상 농민들이 죽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번 농민 부부의 죽음이 개인적인 생활고로 인한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 어떤 정책보다 앞서 최우선적으로 농업에 대해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개혁 의지와 정책을 제시하고 실행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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