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일본의 소재산업 수출제한 조치로 반도체와 휴대폰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전자산업이 금방 와해될 것 같은 분위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정부와 농협, 농업인 등 우리나라 농업계는 과연 이 같은 상황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교훈을 얻을까?

자주 그랬던 것처럼 2차적인 조치로 검역강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농산물의 일본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가 취해질 수 있을 것을 우려하며 일본시장 수출 비중이 높은 토마토, 파프리카, 화훼 등 농업인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전체국민들에게 진짜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은 국제사회의 패권다툼의 구도에서 우리나라에 식량수출을 제한하는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끔직한 일이다.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최고의 국제정치학자인 헨리 키신저는 ‘패권구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몰라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냉엄한 국제사회의 질서 속에서 자국의 생존을 위해서는 오로지 힘과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고 정의했다. 지금의 위기도 생각하지 않고 준비하지 않아 닥친 것이다.

우리는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식량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옛 소련과 이라크 등에서 다양하게 봤으며 현재 북한에 대해서도 식량 등 전반적인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통일부 등 연구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자급률은 7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긴 경제제재 조치에도 북한이 근근이 버티는 것은 어쩌면 기본적인 식량자급률이 어느 정도 확보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근대화과정에서 중화학과 전자중심의 개발전략을 추진하면서 식량자급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현재 27% 수준으로 파악된다.

수입구조도 쌀은 남는데 갈수록 식량 수입량이 늘고, 중국산 김치 수입의 확대로 양념류 등이 전반적으로 가격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서 양파와 마늘, 감자, 돼지고기 등 주요 농축산물의 가격 하락은 우연히 아니라 필연인 것이다.

가장 직접적으로 특정 국가의 내부를 교란하고 붕괴시킬 수 있는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식량자급률이 60%가 되어야한다. 비교우위 상품을 많이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그 돈으로 식량을 사오면 된다는 순진하고 국제정세의 생리와 현실을 모르는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든 국가들은 어떠한 형태의 무기로든 상대의 가장 취약한 곳을 공격하여 자국의 이익을 얻으려하고, 여의치 않으면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 국제정치의 속성이다.

이제 우리 농업계는 만약의 사태에 준비해야하며, 식량자급률을 점차적으로 늘려 60% 이상 확보하는 방향으로 농업정책을 전환해야한다.

설마 돈이 있는데 농산물 사올 곳이 없을까라는 순진하고 어리석은 생각은 버려야한다. 일본이 자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는 소재산업의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5000만 우리 국민 중 과연 몇 명이나 있었을까?

최흥식/(사)한국농업경영인강원도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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