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회 농촌산업활성화현장포럼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제71회 농촌산업활성화현장포럼이 지난달 24일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에 위치한 해피초원목장에서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관광 트렌드의 변화에 맞춰, 농촌관광도 변화를 모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농산어촌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대국민 캠페인이 한창이다. 농식품부는 물론 농진청, 산림청, 농협중앙회, 한국농어촌공사 등이 전방위로 나섰다. 도시민들의 관광 수요를 농촌으로 끌어들이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강원농촌융복합산업지원센터가 공동 주관한 제71회 농촌산업 활성화현장포럼이 지난달 24일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에 위치한 해피초원목장에서 ‘농촌관광을 통한 농촌의 새로운 길 모색’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달라지고 있는 관광 트렌드에 따라 농촌관광 콘텐츠와 서비스 마인드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농가의 운영·관리를 도울 민간 지원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정 장소 머무는 스테이케이션
SNS 인증샷 즐기는 트래블그램 등
관광객 여행 패턴 변화추세 뚜렷 

소규모 농가민박끼리 결집
마을공동 ‘클리닝 서비스’ 등 검토
민간 결합 쉐어링 고민해야 


◆여행 패턴이 달라진다=이날 ‘농촌관광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강원연구원의 유영심 박사는 최근의 여행 패턴을 스테이케이션, 트래블그램, 혼행족, 도시재생여행, 여행프로그램 찾아가기 등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제시했다.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은 stay(머무르다)와 vacation(휴가)을 합친 신조어로 사람들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보다는 특정한 장소에 머물면서 그곳의 문화와 일상을 체험하는 여행을 즐긴다는 뜻이다. △트래블그램은 트래블(travel)과 인스타그램(Instagram)의 합성어. 여행 후기가 담긴 사진과 영상을 SNS에 올리는 것이 일상인 이들은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한 컷의 장소, 한 컷의 이벤트에 만족을 느낀다.

△혼자 하는 여행을 선호하는 혼행족의 증가도 최근의 특징. 이들은 ‘욜로(현재의 행복 추구)’와 ‘휘게(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라이프를 즐기며 1인 숙소와 혼밥 식사처, 안전한 여행지를 찾는다. △거리, 골목, 시장으로 이어지는 구도심에 문화, 예술, 역사 등이 적절히 배합된 도시재생지역 여행이나 △예능, 드라마 등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도 유행이다.

유 박사는 “이제 부수고, 없애고. 번듯한 인프라를 짓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인프라에 요즘의 트렌드를 입히는 방향으로 관광개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면서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 여행 패턴을 활용해, 농촌관광 콘텐츠와 서비스 마인드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촌 체험은 과거 체험이 아니다=유영심 박사는 “고급화, 대형화되고 있는 펜션에 대응하려면 소규모 농가민박들끼리 결집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지역색에 맞는 브랜드화와 함께 공동 인력관리, 표준화된 서비스 매뉴얼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예를 들어 마을단위 공동사업으로 ‘클리닝 서비스’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 숙박시설은 안전과 위생이 가장 중요한데, 계절이나 주중/주말에 따라 가동률 편차가 큰 농가민박의 경우 객실 환경이나 침구류 청결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유 박사는 “사업 주체는 마을단위 공동체나 마을기반 개인사업자가 맡되, 투자 재원은 마을주민 공동 출자나 소규모 창업자금, 마을기업 등 국가지원금을 연계해 마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농촌 체험은 과거체험인가.’ 이렇게 질문을 던진 유 박사는 “여행의 패턴, 밥상의 패턴이 바뀌고 있는데, 꼭 농촌에 오면 떡메치기나 널뛰기, 제기차기를 하고 밥은 한식을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었다. 그는 ‘삼시세끼’ 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마을 곳곳에 작은 공간들을 내어줄테니, 자연이라는 콘텐츠 안에서 당신들이 원하는 또 다른 일상을 즐기고 가라는 방식의 농촌 관광을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간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이어진 종합토론에서 홍천 관광두레를 이끌고 있는 우유선 PD는 “6차산업, 그 중에서도 숙박업이 굉장히 어렵다”면서 “의지를 갖고 숙박업을 하려는 농가들을 모아 강원도만의 네이밍 브랜드를 만들고, 여기에 참여한 농가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교육과 필요한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관광두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정책과 현장의 중간지원자인 관광두레PD가 지역내 역량 있는 주민사업체를 발굴, 관광상품 개발과 비즈니스화를 밀착 지원하는 사업이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소장은 현재의 사업추진 방식이 지속가능한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남 소장은 “지금처럼 관조직이 주도해 수많은 예산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면서 “농장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부가사업에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민간조직이 어떻게 결합해 쉐어링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 것인지 고민할 때”라고 주장했다.

정도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요자 입장에서 농촌관광정책이나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무리 가치소비를 이야기해도 재미가 없거나 불편하면 사람들은 오지 않는다”는 것. 그는 “지자체 단위에서 민간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플랫폼을 구축하고, 관광두레 PD처럼 비즈니스 마인드와 기획력을 가진 인력을 채용해 파견, 실제로 농가나 경영체를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원연구원 강종원 박사는 “농촌체험관광은 체험관광대로, 농가민박은 민박대로, 6차산업 인증업체는 인증업체대로 다 각자 따로간다는 느낌을 계속 받는다”면서 “물리적으로 합치기는 힘들겠지만 기능적으로라도 같이 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도가 ‘신농정 거버넌스’를 구축, 8월 중 거버넌스위원회가 발족되면, 여기서 농업과 관련된 중간지원조직을 기능적으로 합치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하고, 이 문제도 거기서 같이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현재 강원도의 농촌융복합산업 인증자는 152개소로, 그 중 유통·체험·음식·숙박 등 3차 서비스 산업과 결합한 인증업체가 104개에 달한다. 그만큼 강원도에서 농촌관광의 비중이 크다는 증거. KTX나 ITX, 고속도로 개통 등으로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농촌관광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원농촌융복합지원센터의 김훈 사무국장은 “인증농가 체험방문객 유치를 위해 현재 대기업, 여행사와 연계한 체험농가 여행프로모션을 추진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체험 인증농가들끼리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B2B 콜라보 체험상품도 개발하고, 서울시 상생상회 등 수도권지역에 인증농가를 알릴 수 있는 체험스팟도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원도 춘천 ‘해피초원목장’ 최영철 대표
“자연 덕에 먹고 삽니다”

외국계 은행 퇴사 뒤 1993년 귀농
IMF·광우병 사태 겪고 정신 번쩍
체험농장·교육농장으로 전환 성공
인생샷 명소로 입소문 '방문객 북적'

 

“길이 막혀 돌아돌아 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자연 덕에 먹고 산 셈이죠.”

현장포럼이 열렸던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추청산 중턱에 위치한 해피초원목장의 최영철(63) 대표는 “자연 덕에 먹고 살았다”며 사람 좋게 웃었다. 

외국계 은행에서 외환딜러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1993년에 귀농해 한우사육을 시작했다.
치열한 자본주의 현장에서 살다, 귀농을 했을 때는 소만 열심히 키우면 되는 줄 알았다. 암소 큰 놈만 120마리를 키웠는데 1997년 IMF가 들이닥쳤다. 환율 때문에 사료값이 하루만에 2배로 뛰었다. 그것도 현찰이 없으면 구매가 불가능했다. 그때 겨우겨우 버티며 살아남았지만, 2008년 광우병 사태가 터졌다. 두 번째 위기를 맞으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농촌에 들어와서 농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있어야겠구나.”

2010년 마침 <강원한우체험농장>으로 지정을 받았다. 넓은 초원에서 한우를 방목해 키우는 곳이 굉장히 드물었기 때문에 강원 대표 한우브랜드인 ‘하이록한우’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홍보하는 데 적격이었던 것. 최영철 대표는 “당시 대관령 양떼목장 전영대 대표님을 찾아가서 많이 배웠다”면서 “체험농장 운영과 함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농촌교육농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최 대표는 2012년 농촌교육농장 교사양성 과정을 이수하고, 해외 농촌교육농장 견학을 다녀와서 2013년 <춘천시농촌교육농장>으로 지정을 받는다. 2015년엔 산지생태축산 시범목장과 함께 6차산업사업자 인증을 받았고, 2016년 진로탐구현장체험처(중학교 자유학기제) 지정도 받았다. 

그는 한우사육(1차)에서 2차, 3차까지 오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돈이 돼서 했다기보다는 살기 위해서 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면서 “교육농장도 내 자신에게 좀 떳떳해보고자 시작, 아이들에게 농업과 농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초지 25ha에 사료포 5ha를 보유한 해피초원목장은 현재 한우와 양, 토끼, 당나귀, 칠면조 등을 키우면서 동물먹이주기, 한우버거 만들기, 당나귀 타기, 산골운동회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진행 중이다. 최근엔 춘천호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생 샷’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최 대표는 “요즘 3차부터 거꾸로 1차까지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6차는 1차산업이 근간이 되어야지, 3차부터 거꾸로 가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면서 기본에 충실해야 함을 강조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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