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 유기농포도단지

[한국농어민신문 양민철 기자]

유기 농자재 살포 이틀 후
열매 까맣게 변하고
잎사귀도 갈변, 점점 말라가

3주 지나면서 포도 알 터지고
포도나무 눈·어린순 고사 등
생장점 퇴화로 3년 농사 망쳐

한살림·학교급식 등과 물량 약정 
내년까지 차질 우려 ‘애간장’


유기농 포도 수확을 코앞에 둔 한 귀농인이 시름이 가득하다. 병해충 예방을 위해 유기농자재를 혼용 살포한 이후 포도 알에서 거북등처럼 갈라지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북 정읍시 신태인읍 유기농포도단지에 지난 2013년 귀농한 박모 씨는 2014년 비가림연동하우스 2500평(8250㎡)에 청포도와 캠벨, 머루, 슈트벤 등 포도 품종을 식재, 2015년 첫 포도 수확의 기쁨을 맛봤다.

그러나 포도 수확을 앞둔 17일 현재 그의 얼굴에는 근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인근 도시에 소재한 한 농자재 판매상에서 유기농자재를 구입, 병해충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목적으로 지난 6월 3~4일 이틀에 걸쳐 시설하우스 포도에 A사와 B사가 제조한 유기농자재를 혼용한 다음 물에 희석해 살포했다.

문제는 유기약제를 살포하고 난 2일 후 포도 열매가 까맣게 변했으며 포도 잎사귀 또한 갈변현상이 나타나면서 점차 잎이 말라갔다. 포도 알 비대기인 2주 후에는 포도 알의 상처 부위가 커지면서 거북등처럼 갈라지고(피부 딱지 진 것처럼), 3주 뒤에는 포도 알이 터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포도나무 눈과 어린 순, 접목한 포도나무 등이 고사한 곳도 발생했다.

이 같은 피해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포도 생산 감소가 불가피 할 것으로 박 씨는 내다봤다. 나아가 포도나무 생장점 퇴화(새순 피해)는 앞으로 3년간 나무 회복 시까지 수확량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도 불구하고 정읍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진흥청,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 여러 기관에 농자재 성분 분석 등을 의뢰했지만 과정은 신통치 않았다면서 박 씨는 불만을 표출했다.

더구나 올해 한살림, 공공기관학교급식 등에 약정납품 계획과 내년 약정 물량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실정이다. 아울러 유기농포도체험교육농장인 이곳 ‘진미농원’은 친환경농업의 신뢰성 저하로 인해 관내 유치원, 초·중생, 기관 체험교육 예약, 농촌체험관광 활성화 팜파티 지원 사업 등이 잇따라 취소될 상황에 처해 있어 박 씨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박모 씨는 “이런 현상 이후 제조사와 판매사 등에서 농장을 수차례 방문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스트레스로 인한 식욕감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A와 B유기농자재 제조사 관계자는 “해당 유기농자재는 정부로부터 등록 허가를 받아 정상적으로 제조했기 때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읍=양민철 기자 yangmc@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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