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범 농과원장 관련 브리핑

[한국농어민신문 서상현 기자]


농촌진흥청이 폐비닐과 잔류농약을 처리해 환경오염을 줄이는 미생물과 발효미생물 등 미생물 관리와 실용화에 대한 연구를 강화한다. 미생물은 펄펄 끓는 온천수나 방사선 오염지역과 같이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하고, 환경변화에 빠르게 적응한다. 이런 능력을 활용해 농업환경 오염의 해결이나 기능성 신소재를 개발하는 등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용범 국립농업과학원장이 지난 16일 중부작물부에서 ‘농업의 미래, 미생물에서 찾는다’는 주제로 진행한 브리핑을 간추렸다.


현미경으로 볼 만큼 작지만
농식품 분야 다양한 용도 사용
작물생육 증진·품질향상
가축분뇨 처리 등에 쓰여

농업용 폐플라스틱 분해 등
환경오염 저감 국가연구 착수


▲왜 미생물에 주목하나=미생물은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0.1㎜ 이하의 생물로 농식품 분야에서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고 있으며, 활용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는 미생물농약, 미생물비료, 작물생육 증진 및 품질 향상, 기상재해 경감이나 환경장애 증진 등에 활용되고 있다. 축산분야에서도 장내건강증진 및 항생제 대체용 사료첨가제, 축산악취 제거, 가축분뇨 처리 등에 활용되고 있다. 김치, 치즈, 유산균, 장류, 발효주 등 발효식품을 만드는데도 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더해 바이오에너지 생산, 각종 산업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미생물 유래 효소 등 활용범위가 다양하다. 이런 것에 주목해 농촌진흥청은 2010년 농업미생물과, 2008년 발효가공식품과를 신설해 농·식품 미생물 개발과 산업화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또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미생물제와 발효종균 69건을 특허등록하고 미생물농약 등 128건을 산업체에 기술이전 했다.

특히, 최근에는 생명공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군유전체, Microbiome)’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연구영역도 등장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군집’과 ‘유전체’의 합성어로 인간, 동·식물, 토양, 물, 대기 등에 공존하는 미생물군집과 유전체 전체를 의미한다. 건강한 인간의 장내 미생물을 환자의 장내에 이식하는 ‘대변치료’처럼 질병치료, 작물 및 가축의 관리, 환경보존, 식품안전성 향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식물체가 건강하게 자라고 병해충에 저항성을 가질 수 있도록 농작물 뿌리 주변의 미생물 군집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농업생산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이용범 원장은 “미생물은 군집을 이루고 있고, 각각의 개체가 아닌 군집단위로 상호작용을 하고 특정기작을 보이기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시장가치 창출이 빠를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크로바이옴’ 핵심기술을 선점해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서 미생물의 새로운 영역을 선제적으로 개척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중점연구 방향=미래농업을 선도할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미생물이다. 농업과 식품산업의 경우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면서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수단 중 하나로 미생물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고온, 저온, 가뭄 등과 병해충 발생 증가 등 농작물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발효식품 강국임에도 일본 종균 수입비율이 60%에 달할 정도로 종균개발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농업환경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미생물 연구도 필요하다. 이것이 농진청이 농업미생물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영역 개척에 나선 이유다. 이용범 원장은 “세계 미생물시장은 2015년 23억 달러에서 2020년 47억 달러로 매년 15% 이상 성장하고, 우리나라 농식품 미생물시장은 3조4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3.5%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면서 “기존에 수행하던 농업미생물 연구를 더욱 강화하고, 활용가치를 제고함으로써 농업환경 오염 문제 해결과 기능성 신소재 개발 등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서 미생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설명에 따르면 우선, 폐비닐과 땅속 잔류농약을 처리해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착수한다. 2016년 기준 영농 폐비닐 발생량은 31만톤에 달하지만 수거되는 것은 21만톤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부터 5년간 265억원을 투입해 ‘미생물을 활용한 농업환경 문제 개선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토양오염의 주범인 농업용 폐플라스틱과 잔류농약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선발하고, 분해를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발효미생물 분야에서는 국산 우수종균의 자원화를 강화하고 기능성 신소재를 개발하는 등 연구의 폭을 넓힌다는 설명이다. 양조용, 식초용 등 품목별로 우수한 토착종균 발굴과 관련기반연구를 강화하고, 장내 미생물 군집을 활용한 연구도 추진한다. 또, 고위험 식물병해충을 연구할 수 있는 생물안전 3등급의 차폐시설을 설치해 전염경로 파악과 함께 피해경감기술도 개발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화학농약과 미생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농약개발, 미생물을 활용한 가축 면역력 증진 기술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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