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 맞는 모델 개발·사후관리 시스템 차별화를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연평균 성장세 7.2%로 높아
한국 농기계적응시험센터
동남아 거점지역에 만들어야

유력 딜러와의 제휴 등
후발주자 전략적 접근 필요


동남아시아가 국산 농기계의 새로운 수출지로 떠오르고 있다. 동남아시아 농기계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농기계가 동남아시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동남아시아 영농여건에 맞는 현지 모델 개발과 함께,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농기계 사후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GS&J인스티튜트는 최근 ‘동남아 농기계시장:실태와 수출전략’이란 제목의 특별강좌를 발표했다. 김정호 GS&J 이사와 권태진 북한·동북아연구원장, 김하은 책임연구원이 참여한 특별강좌에 따르면 세계 농기계 시장의 중심축은 미국·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GS&J는 “세계 농기계 시장은 2080억달러 규모(2018년)로 그동안 미국과 유럽시장이 주도해왔지만, 2000년대 들어 중국과 인도시장의 급성장으로 아·태지역 농기계 시장이 북미시장과 서유럽시장을 추월해 농기계시장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태지역 농기계 시장 규모는 956억달러. 북미시장 344억달러와 서유럽시장 336억달러를 더한 수치보다 크다.

GS&J는 아시아 중 동남아의 성장에 주목했다. 주요국 농기계 시장의 연평균(2013~2018년) 성장세를 볼 때 미국과 서유럽, 일본 등은 대략 4%대를 보이는 반면, 동남아는 7.2%로 높은데, 동남아시는 농기계 제조 산업이 취약해 농기계 수요증가가 곧바로 수입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동남아 농기계 시장의 신장이 우리나라 농기계 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GS&J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동남아는 한국 농기계의 제2수출시장이 될 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럼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GS&J는 ‘동남아형 농기계 개량모델’을 주문했다. 동남아 영농여건을 고려한 농기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GS&J는 “현지화 개량이 필요한 부분은 우기 진흙밭에 작업이 용이하도록 차축높이, 기어시스템, 차체하중, RPM 장치 등이며, 콤바인은 크롤형 바퀴폭, 장립종 벼 배출구 설비, 센서장치 단순화 등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농기계 적응시험 센터’(가칭) 설치를 제안한 이유이기도 하다. GS&J는 “수출 농기계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한국 농기계 적응시험 센터’를 동남아 거점지역에 만들 필요가 있다”며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주관으로 설치하되 농촌진흥청이 KOPIA와 연계, 추진하는 가운데 KOPIA 소재 농장 부지에 ‘한국 농기계 적응시험 센터’를 설립하고 시험 농기계, 기술인력, 시험실습 등은 수출기업이 부담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미 동남아에 진출한 농기계업체와 차별화된 AS시스템을 구축할 것도 강조했다. 농기계 인프라가 극히 취약한 지역에서는 농기계 사후관리 문제도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GS&J의 의견. 이들은 정부의 동남아 ODA(공적개발원조)사업에 ‘농기계 훈련 및 수리센터 지원사업’을 정책적으로 확대하고 ODA 지원 ‘농기계 수리센터’를 한국 수출 농기계의 수립 및 부품 공급기지로 활용하거나 농기계조합 주도로 수출기업이 공동출자, 동남아 거점지역에 ‘농기계 부품공급센터’를 설치하는 등의 방안도 함께 내놨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동남아 시장의 후발주자인 만큼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현지 유력 딜러와의 제휴를 통해 영업망을 확충하고, 동남아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날 50마력대 트랙터와 60마력대 콤바인의 수출에 집중하며, 틈새시장으로 옥수수·타피오카·두류 등 동남아형 밭작물 수확기를 개발하는 것이 한 예다.

GS&J는 “후발주자로서 한국은 동남아 시장에 대한 시장접근 방식, 수출주력기종 선택 등 각종 수출증대 노력에 있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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