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강용 친환경농산물자조금 관리위원장

식물성 마요네즈, 녹두로 만든 계란 등
‘대체육류 시장’ 성장세 생각보다 빨라
원료로 쓰일 곡물 자급 준비 서둘러야


4억 마리가 넘는 돼지를 사육하는 중국이 돼지고기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전 세계 돼지의 약 48%를 사육하고, 49% 정도를 소비하는 중국이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인해 사육두수가 줄어들고 전년대비 수입이 63%가 증가하면서 국제 돼지고기 시장이 출렁거리고, 더불어 우리나라도 사전 차단을 위해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재고 때문인지, 소비감소 때문인지 산지 가격이 낮아 축산 농가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그동안 구제역, AI, 브루셀라 등 수많은 가축 전염병들은 우리의 축산업을 위협했으며, 이로 인한 가격의 폭·등락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힘들게 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해외 언론에서 신기한 듯 흘러나오던 대체육류 시장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급성장하고 있어 축산업의 위협이 될 가능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진짜고기를 시장에서 몰아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대체육류도 매장의 한 부분에 자리할 수 있기를 원한다.’며 몸을 낮추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

대체육류, 가짜고기, 인조고기 등 국내에서는 아직 용어도 통일되지 않은 정도지만, 홍콩이나 미국까지 가서 직접 시식한 영상과 사진이 SNS에 자주 올라오는 것을 보면, 유행이 빠른 우리의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미 국내에서도 수입 판매하고 있고, 빌게이츠나 디카프리오 등이 투자 했다는 ‘비욘드 미트’는 뉴욕 증시 상장 첫날 주가가 163% 급등했으며 한 달여 만에 시가총액이 5배가 넘게 올랐다.

구글의 3억달러 인수 제안을 거부한 ‘임파서블 푸드’ 역시 감자, 밀을 주원료로 아미노산, 설탕, HEME(혈액의 산소를 운반하며 식물에서 추출, 붉은 색과 고기 맛을 내주는 분자), 코코넛과 콩지방(육즙의 효과) 등으로 생산한 가짜고기로 건강을 생각하는 육류소비자와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당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3년 영국 런던에서 소고기 세포를 배양한 패티로 시식회를 시작했던 배양육도, 탄소배출과 안전의 논란이 있지만, 당시의 100g당 약 3억원의 생산비가 1~2만원대로 낮아졌다고 한다.

‘이안’이라 이름 붙여진 닭의 깃털에서 체취한 세포를, 식물로부터 추출한 영양소로 키운 JUST사의 ‘치킨너겟’을, 살아있는 ‘이안’ 옆에서 가족들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고 있는 광경은 생명과 환경을 굳이 표현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충분 할 것이다.

진짜 마요네즈와 맛의 차이가 없다는 식물성 가짜 마요네즈, 내년부터 국내 기업과 정식 유통에 나선다는 녹두로 만든 가짜 계란, 세계적인 식품 회사인 네슬레, 켈로그 등도 앞 다투어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미국의 가장 큰 육류업체인 ‘타이슨 푸드’는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가짜고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채비를 끝냈다고 한다.

주요 수요가 구이나 삼겹살, 치킨인 우리와 소비패턴이 조금은 달라 당장 큰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농축산 비중의 32%를 차지하는 축산물의 10% 정도만 가짜고기로 대체된다면 국내 친환경 농산물 생산액을 넘는 연간 1조6000억원이 우리 농촌에는 잠시도 머물지 않고 미국과 이들 기업에만 흘러 들어간다.

콩고기와 밀고기가 유행했던 우리의 현실에서, 대체육류 시장에 너무 둔감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먼저 앞선다. 연간 1천 만톤이 넘는 GMO곡물을 수입하는 우리 식품 대기업들이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대체육류를 개발했으면 좋으련만 언제나 그렇듯이 아직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아직까지는 기존 육류를 대체할지,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잡을지 모를 대체고기는 대부분 채식이다. 그러나 기존 채식과 달리 ‘고기를 먹었는데 그것이 단지 채식이었을 뿐’이라는 점에서 급격한 시장의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원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곡물의 국산 원료 자급 준비를 지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소가 먹던 GMO사료를 가짜고기로 우리 국민들이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가공식품의 국내산 원료 비율이 31%에 머물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틈새농업도 좋고, 벤처 농업도 좋고, 스타트업도 좋지만, 식량 자급은 힘들더라도 국산 가공원료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생산 시스템을 위해 노력한다면 충분한 가격 경쟁력과 훨씬 살맛나는 농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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