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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시선] 농가소득 통계에 ‘숟가락 얹는’ 농식품부와 농협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작년 농업소득, 28.6% 껑충
농업 전문가들도 ‘갸우뚱’
통계개편으로 표본 달라졌거나
변동직불금이 영향 미친 듯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 농후”
아전인수식 자화자찬 ‘눈살’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2018년 농가경제조사에서 농가소득이 역대 최고치로 나오자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저마다 “우리가 잘해서 그렇다”고 숟가락을 얹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소득안전망의 촘촘한 확충 등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성과”라며 지난 10년간 1000만원 수준에서 정체되던 농업소득이 2018년 1292만원으로 증가한 것을 적극적인 수급안정의 영향으로 분석한다. 김병원 회장이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내건 농협중앙회는 농가소득 4207만원 달성에 맞춰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농가소득 추진 보고회’까지 열었다.

과연 정부와 농협의 노력으로 농가소득이 증가했을까? 사실관계를 따져보자. 이번 농가소득 통계는 몇 가지 측면에서 논란이 제기된다. 그 하나는 평년 추세에 비해 2018년 소득이 갑자기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연도별 통계를 보면, 농가소득은 2014년 3495만원, 2015년 3721만5000원, 2016년 3719만7000원, 2017년 3823만9000원으로 완만하게 증가하다가 2018년에 4206만6000원으로 한 해 사이 10%가 증가했다. 농업소득의 경우 2014년 1030만3000원, 2015년 1125만7000원, 2016년 1006만8000원, 2017년 1004만7000원으로 증감을 반복하며 정체됐는데, 2018년에 1292만원으로 28.6%나 급증했다. 정부는 농업소득의 증가가 선제적 시장격리에 의한 쌀값 안정 등 대부분 농작물 품목의 수입이 증가하고, 철저한 방역으로 가축질병이 줄어 닭, 오리 등의 생산 소비가 안정된 것이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 해 사이 28.6% 증가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지난 1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8년 농가소득을 전년대비 3.6% 증가한 3961만원으로 추정하고, 2019년 농가소득은 전년 비 1.1% 증가한 4006만원으로 전망했다. 농업소득은 2018년 1073만원으로 전년대비 6.7% 증가한 것으로 보았고, 2019년에는 전년보다 1.9% 감소한 1052만원으로 예측했다. 통계청 발표는 농경연의 2018년 추정, 2019년 전망을 훌쩍 뛰어넘었다. 심지어 농경연 전망으로는 농업소득은 연평균 1%씩 증가, 10년 뒤인 2028년에도 1188만3000원에 머문다. 그것을 2018년에 다 넘어섰다는 것이다.

통계청 발표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큰 차이가 난 이유에 대해 통계개편에 따라 추세의 연속성이 이어지지 않는 ‘시계열 단층’이 나타난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A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통계청의 발표를 맞다 틀리다 할 수는 없는데요, 통계청이 표본을 바꿀 때 마다 이게 올라가요. 더 뜯어봐야 하는데, 농가판매가격지수나 구입가격지수가 통계청이나 우리나 큰 차이가 없다고 볼 때, 결국 농가소득은 큰 차이가 없어야 하거든요.” B 박사 역시 차이가 커서 “놀라고 있다”면서 “통계를 안 믿을 수는 없지만 5년 단위로 표본을 새로 선정하면서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시계열 단층을 언급했다.

통계청도 자료를 발표하면서 시계열 단층을 전제했다. 2018년 조사결과는 5년마다 농어가의 모집단 변화를 반영해 재설계된 표본개편 결과를 토대로 조사, 작성된 것이므로 전년대비 시계열 단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표본을 늘리고, 가중치를 줘도, 5년 동안 노령화 등 농촌변화를 다 반영하기 어렵다”면서 “통계개편과 함께 그동안 AI로 인한 생산 감소로 기저효과(생산량, 가격 등이 낮게 떨어졌다가 회복돼 크게 오른 것처럼 보이는 현상)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주의 깊게 봐야할 것은 이번 통계에서 2017년산 쌀에 대한 변동직불금 5392억원이 농업잡수입으로 농업소득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는 전년도인 2017년에 목표가격보다 낮아 발생한 변동직불금이지만, 이듬해인 2018년 농업소득으로 반영된 것이다. 현행 농가소득 통계는 전년도 발생한 변동직불금이 다음해 지급된다는 이유로 다음해의 농업 잡수입으로 처리한다.

이처럼 전년도의 변동직불금을 이듬해 반영하는 것, 그리고 이를 이전소득이 아니라 농업소득에 포함시키는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농업경제학을 하는 C 교수는 “전년도 변동직불금을 이듬해 반영하는 것이 맞는지, 그것을 처음부터 일관되게 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변동직불금은 이전소득인데, 이것을 농업소득에 넣었다면, 현실을 잘못 파악하고 호도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8년 농가소득, 농업소득의 증가 추세가 앞으로 지속될 수 있느냐도 의문이다. B 박사는 “2018년은 정부 격리로 쌀값이 올라간 상태에서 변동직불금까지 이중 계산됐다”면서 “앞으로 쌀 가격은 작년만큼 좋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C 교수는 “올해도 이런 현상이 가능하기란 어렵다”면서 “통계는 중요한 것이고, 논리적 근거 없이 만지면 정책 방향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번 농가소득 통계에 반색하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농정개혁 부진, 채소류 가격 폭락사태, 어두운 농업전망을 감안 할 때 농민이 처한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 더구나 농민 위에 군림한다는 비판을 받는 농협중앙회가 농협 덕분에 농가소득이 증대됐다고 자찬하는 것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농민들이 체감하는 농정개혁, 농협개혁은 없이, 어쩌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도 있는 통계를 놓고 정부와 농협이 서로 자기 공로라고 아전인수에 골몰하는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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