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 김홍기 씨가 직진자동이앙기 ‘ERP80DZFA’에서 직진자동기능 설정을 한 다음 운전석에서 일어나 모가 잘 심어지고 있는지 이앙부를 확인하고 있다.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기술 
충남 보령 모내기 현장서 선봬
0.4㏊ 논 20여분 만에 이앙 마쳐

SKT ’실시간 이동 측위 기술‘로 
위치오차범위 약 ‘2.5㎝’ 불과
수입산 점유 시장 ‘도전장’


대동공업의 스마트농업 솔루션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직진자동이앙기 ‘ERP80DZFA’가 시발점이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농기계 무인주행까지 국내 스마트농업 솔루션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말, 충남 보령시 남포면의 모내기 현장. 0.4㏊(약 1271평) 규모의 논 왼쪽 끝에 이앙기가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모판을 다 실은 이앙기가 천천히 모를 심기 시작했다. 논 옆길에서는 대동공업 관계자들이 핸드폰을 확인하면서 이앙기 운전자와 의사소통을 했다. 논 안과 밖에서 서로 ‘OK’ 사인을 주고 받았고, 그 때 이앙기 운전자가 운전석에서 일어났다.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는 상황. 그는 전면부 양 옆에 있는 예비 모판을 이앙부에 넣었다. 한 명이 이앙기를 조정하면 다른 한 명이 모판작업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한 줄이 끝날 무렵 운전자는 선회를 위해 핸들을 잡았고, 위치를 바꾼 후 3m가량 직진운행을 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서 모판을 점검했다. 그러기를 20여분, 4㏊ 논에 이앙을 마쳤다. 이렇게 김홍기 씨(53)는 이날 자신이 구매한 직진자동이앙기 ‘ERP80DZFA’로 처음 모를 심었다.

‘ERP80DZFA’는 국내 농기계업체 최초로 내놓은 직진자동이앙기다. 수입산이 점유하고 있던 직진자동이앙기 시장에 대동공업이 발을 들인 것이다. 직진자동이앙기는 직진 자동 기능 레버로 ‘시작점’을 등록하고 논의 끝 지점에서 다시 레버를 조작해 ‘종료점’을 설정하면 이앙기가 시작점과 종료점을 자동으로 오가는 방식. 운전자는 U턴 시에만 운전대를 잡아주면 된다.

이 때 시작점과 종료점은 GPS(위성항법시스템) 신호와 통신사 기지국 신호를 통해 설정된다. 통신사는 SK텔레콤. SK텔레콤은 자율주행 이앙기 상용화를 위해 2018년부터 이동통신에 기반한 ‘실시간 이동 측위 기술’인 ‘RTK’를 이앙기에 적용, 연구해왔으며, ‘RTK’는 GPS와 IoT 전용 통신망 ‘LTE-M’에서 받은 위치정보를 활용해 이앙기 작업 정밀도를 ㎝급으로 높였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대동공업이 SK텔레콤과 ‘스마트 농기계 공동연구 및 사업협력’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SK텔레콤의 이동통신망을 활용, 농기계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함이었다. 대동공업에 따르면 위치오차범위는 약 2.5㎝.

김영호 대동공업 전기전자제어팀장은 “‘RTK’는 순수 국내 기술로, SK텔레콤이 개발하고 이를 대동공업이 접목하면서 직진자동이앙기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며 “GPS 신호가 기준점을 잡아주고, 통신사 기지국 신호가 조정해주는 상호 보완방식이어서 보다 더 정밀하고 정교하게 자율주행을 통한 이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RP80DZFA’의 가장 큰 특징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핸들 조작과 모판 이동을 이앙기에서 한 명이 담당하기 때문. 감병우 대동공업 창녕연구소 부소장은 “모내기 보조 인력 한 사람을 구하는데 하루 15만원이 든다”면서 “두 명이 해야 하는 일을 한 명이 하는 만큼 인건비 절감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김영호 팀장은 “‘ERP80DZFA’(8조)의 가격은 3800만원대로 보통 이앙기보다 약 300만원 비싸지만,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활용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점이 알려지면서, 대동공업은 올해 시범 출시한 20대가 모두 판매됐다.

13㏊(약 4만평) 논농사를 짓는 김홍기 씨는 “농촌 일손이 부족한 농촌 현실에 알맞은 제품이라는 생각에서 과감하게 직진자동이앙기를 구입했다”면서 “그동안에는 아내가 함께 이앙기에 타서 모작업도 하고 모가 잘 심어지는지도 확인했는데, 지금은 나 혼자서 할 수 있어 인건비 줄이는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농가 수요가 많은 6조 이앙기에도 직진자동기능이 설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직진자동이앙기’는 대동공업 스마트농업 솔루션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창욱 대동공업 사장은 “SK텔레콤과 협력해 직진자동이앙기를 시작으로, 농기계 원격 진단 서비스부터 무인주행까지 차근차근 개발해 나가 국내 스마트농업 분야에서도 리딩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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