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농림축산검역본부

[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참외, 중국선 ‘과일류’ 불구
‘채소류’로 협상의사 타진
딸기·토마토 분류도 확인 안해


우리 정부가 중국의 과일·채소 분류기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수출검역협상에 차질이 생겼다. 수출검역협상을 진행하면서도 기본적인 품목분류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중 양국은 국제기준(WTO/SPS)과 수입국 규정에 따라 상호간 수출 관심 농산물에 대한 검역협상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가 중국 측에 수입허용을 요청하고 있는 품목은 파프리카와 단감, 참외, 딸기, 감귤, 토마토 등 6개 품목이다.

검역협상은 채소류와 과일류 한 품목씩 진행되는데, 현재 파프리카(채소류)와 단감(과일류)에 대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파프리카의 경우 6단계인 ‘수출 검역요건 초안 작성’을, 단감은 3단계인 ‘병해충 예비위험 평가’를 밟고 있다. 총 8단계로 이뤄진 수출검역협상에서 7·8단계는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로 분류돼 파프리카의 검역협상이 올해 말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파프리카 다음 채소류 협상품목으로 참외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중국 측에 협상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나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중국 측에서 참외가 과일류로 분류된다는 통보를 받고, 뒤늦게 딸기와 토마토 등에 대한 수입허용 요청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품목분류 기준을 미리 파악하지 않아 수출검역협상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참외가 과일류로 분류되면서 참외의 수출검역협상이 언제쯤 이뤄질 수 있는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중국과의 수출검역협상은 통상적으로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수출검역이 마무리된 쌀과 포도의 경우 협상 종료까지 7년이 넘게 걸렸고, 현재 수출검역협상이 진행 중인 파프리카와 단감도 10년 이상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참외의 중국 수출을 기다리고 있는 농가와 업체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참외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딸기와 토마토도 중국에서 어떻게 분류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역본부는 딸기와 토마토가 중국에서 과일류로 분류될 경우를 대비해 버섯에 대한 수입허용 요청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산물 수출업계 관계자들은 검역당국에 불만을 보이고 있다. 수출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 수출을 위해 농가들과 유통업체에선 품질유지와 생산관리 등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데 품목 분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검역협상이 늦춰질 수 있다는 게 황당하다”며 “우리나라 최대 수출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의 수출검역이 완료되길 기다리는 농민과 수출업체들 입장에선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부 관계자는 “수출검역협상을 진행하는 국가는 중국 외에도 다양하고, 국가별로 분류기준이나 과일·채소류 품목을 일일이 확인하기엔 인력구조상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지난해부터 중국의 수출검역협상 담당기관이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에서 세관으로 옮겨지는 등 구조변화 문제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검역을 관장하는 부서가 식물검역부 하나로 일원화돼 있는 반면 중국은 채소팀과 과일팀 등으로 이원화돼 있어 중국의 분류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중국에선 딸기와 토마토를 어떻게 분류하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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