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문재인 정부가 농업 외면한 사이
농민단체는 중구난방 자기 주장만
연대하고 공동의 대안 마련 나서야


1950년부터 시작된 유상매수 유상분배의 농지개혁이 이뤄진지 70년이 지났다. 우리나라의 농지분배는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농지개혁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농지개혁의 결과, 남한 전체 농지의 90%가 직접농민들에게 분배되었고 이로서 우리 농업의 중소농 자경체제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런 안정된 농지체제는 그 때 잠시뿐이었다. 지금까지 7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농지는 계속해서 비농민 손으로 넘어가 부재지주의 땅이 전 농지의 50%를 넘겼고 더불어 우리 농업도 무너져 왔다. 농민 수는 60년에만 해도 전체 2500만명의 57%였지만 이제는 4.4%로 낮아졌고 그나마 절반이 고령농민들이다. 농촌은 이제 농민들의 마을이 아니라 농지에 붙어있는 마을이 되고 전원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오히려 농사를 크게 짓는 대농들은 가까운 도시의 아파트에서 출퇴근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 농업은 그동안 피폐의 길을 걸어왔다.
대통령은 후보시절 ‘농민은 우리의 식량을 책임지고 있다’ 고 했지만 그 말을 듣기는 좀 민망스럽다.
우리 농민이 국민의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식량자급률은 50%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식량을 책임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곡물 자급률은 더 심해서 20%를 겨우 웃도는 지경이다.

물론 이게 농민의 책임도 아니고 농민들이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지경에 이르도록 농민단체들은 제대로 대응을 했는가?
혹 이해관계에 따라 자기 요구를 주장하는 데만 옹주먹을 쥐고 부르대지는 않았는가?
불합리한 규제나 제도는 고치자고 협상과 투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이익이나 편리만 관철하기 위해 집단으로 나선다면 국민의 눈에는 떼쓰는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문재인 정권 시기가 지금까지 무너져 오기만 한 우리 농업을 회생시킬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농업계의 암묵적 합의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농업 회생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 어촌 특별위원회의 구성을 통해 범정부적 회생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건 선거용 멘트였고 대통령이 되고나선 농식품부 장관, 청와대 농업비서관 임명을 선거 보은용으로 이용하였고 그나마 그렇게 들어선 장관과 비서관은 이렇다 할 농업정책의 변화도 없이 지방선거에 출마한다고 쪼르르 줄 사퇴를 하였다. 그리고 그 후 다섯 달의 공백이 이어졌다.

이걸 다시 복기하는건 우리가 기대했던 농업의 회생을 문재인 정부가 외면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농민단체들이 효과적인 대응을 했는가?
문 정부의 농업 정책과 농업 붕괴에 대한 대응이 기대에 못 미치자 지난해 10월 농업계 개인들 몇 사람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였다. 2달 가까운 단식 농성 끝에 농특위 설치를 약속받았고 얼마전 출범하였다. 아쉽게도 농특위원 중 우리 농업계의 대표 농민단체라 할 한농연과 전농의 대표들은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개인적인 자질의 문제이건 정부의 비토이건 모두 우리 농업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질의 문제라면 그동안 농민단체가 이권화, 정치화되면서 단체장의 선거가 혼탁해지고 돈선거가 되어 자질을 갖춘 대표를 세우지 못한 문제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비토했다면 그동안 농민들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받는 대접일 것이다.
그나마 갈래갈래 찢어져 전체 농업계를 대표하는 연대체를 만들지 못하고 중구난방 자기 주장만 해 왔으니 정부가 농민단체들을 무겁고 어렵게 대하겠는가.

이제라도 농업계가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해, 우리 국민들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이 되기 위해 한 목소리, 공동의 대안을 내기 위한 연대조직 결성을 촉구한다.
우리 농업을 살리자는 걸 거부할 국민은 없다. 농업이 유지되기 위해 후계농이 이어져야 하고 농촌이 유지되어야 한다. 농민단체는 작은 이익을 탐하는 민원단체가 아니라 농정의 파트너가 되어 정부를 채찍질하고 이끌어야 한다.

농민단체 부고장이 아닌 농민대표 연대단체 부활통지서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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