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거래 중인 168개 품목 중
115개 달해…상장품목의 2배

중도매인 불법행위까지 더해
“공정거래 질서 유린” 논란 가열

농안법 위배 여부가 관건
수입당근 상장예외 지정 두고
대법원 ‘기각 판결’ 주목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중도매인의 상장예외품목 불법행위가 확인(본보 제3097호 4월 16일자 1면 참조)되면서 가락시장 내 상장예외품목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두고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공영도매시장의 공정경쟁 거래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상장예외품목 현실은=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에는 현재 총 168개의 품목이 거래되고 있다. 이 가운데 상장품목은 53개, 상장예외품목은 115개에 달한다. 상장예외품목 수가 상장품목의 2배가 넘는다. 지난해까지 포장쪽파와 바나나가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운영됐지만 법원이 이들 품목의 상장예외 지정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올해부터 상장품목으로 운영되고 있다. 포장쪽파와 바나나의 상장예외품묵 지정 소송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며, 오는 5월 중순에 선고가 예상되고 있다.

상장예외품목 지정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다.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에는 △연간 반입물량 누적비율이 하위 3% 미만에 해당하는 소량 품목 △품목의 특성으로 인해 해당 품목을 취급하는 중도매인이 소수인 품목 △그 밖에 상장거래에 의해 중도매인이 해당 농수산물을 매입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도매시장 개설자가 인정하는 품목으로 한정해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운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서울시공사는 그동안 3번째 항목을 근거로 상장예외품목을 확대 지정했지만 법원이 수입당근(대법원 확정 판결)에 이어 포장쪽파와 바나나도 상장예외품목 지정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서울시공사는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 개정을 추진하면서까지 가락시장의 상장예외품목 확대 운영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불법행위 엄중히 다뤄야=한농연중앙연합회는 가락시장의 상장예외품목 불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한농연중앙연합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가락시장 상장예외품목의) 불법적 이탈영업이 장기간 성행할 동안 제대로 된 단속은커녕 일부 중도매인의 불법적 영업행위를 눈 감아 준 것이나 다름없는 모양새”라며 “(서울시공사의) 시장 관리업무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한농연중앙연합회는 이번 중도매인 불법이탈 영업을 두고 “농림축산식품부는 해당 사안에 대한 면밀한 진상조사를 통해 불법행위 관련자를 엄중 처벌케 해야 한다”며 “아울러 서울시공사가 공영도매시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 차원의 제도적 조치를 조속히 이행해 줄 것”을 촉구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두고 “불법이고 잘못된 사항은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이러한 사항을) 관리하라고 개설자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도매시장 내 불법행위에 대해) 개설자가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예외품목 점검 기회 삼아야=서울시공사는 현재 가락시장의 상장예외품목을 ‘중도매인 직접거래 품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도매법인을 통하지 않고 중도매인이 출하자와 직접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를 통해 출하자는 도매법인이나 중도매인 사이에 출하처를 선택하는 폭이 넓어지고, 자연스럽게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의 경쟁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다.

도매법인이나 학계에서는 상장예외품목의 운영은 농안법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유독 상장예외품목 지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가 바로 농안법에 위배되느냐 여부다.

한농연중앙연합회는 성명서에서 “서울시공사가 유통주체 간 공정경쟁을 통해 생산자·소비자 권익보호라는 명분으로 지속 추진해 온 상장예외품목 확대는 대법원 판결과 함께 명분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서울시공사가 수입당근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한 소송의 상고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앞서 1심과 2심은 “농안법이 농수산물의 거래가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상장하는 경쟁매매 방식을 통해 이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경쟁매매 방식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면 매매 방식의 제도적 개선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하지 상장거래의 원칙을 훼손해가면서 자의적으로 상장예외품목을 지정하는 것은 재량권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공사는 농안법 시행규칙을 개정해서라도 상장예외품목 확대 운영의 강행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가락시장의 상장예외품목 운영을 점검하는 동시에 확대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장예외품목 중도매인들은 출하자에 대한 장려금은 어떻게 운영하는지도 알 수가 없고, 여기에 수수료도 7%까지 받지 않냐”며 “출하자들의 선택권 확대에 도움이 된다지만 실제 출하자 소득과는 상관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권승구 한국식품유통학회장(동국대학교 교수)은 “농안법에 명시돼 있는 사항에 위배되지 않는지 바로잡는 것이 개설자의 역할”이라며 “상장예외품목의 당위성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점검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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