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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농업인 바우처에 부쳐박래녀

[한국농어민신문]

면사무소에서 전화를 받았다. 올해 여성 농업인 바우처 선정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이다. 여성 농업인이면 누구에게나 혜택이 가는 줄 알았더니 그것이 아니다. 경남 도청에서 여성 농업인 바우처 시행 계획을 시군에 전달하면 시군에서 읍면 단위로 여성 농업인 선정을 한단다. 인원 역시 시군에서 배정한단다. 지난해까지 10만원짜리였다. 그것도 개인이 2만원을 자비로 내야 하니 8만원짜리 바우처다. 올해는 13만원짜리라고 했다. 올해 우리 면내에 배정된 여성 바우처 인원은 40명이란다. 그중에 신규가 35명이고 나머지는 주민등록상 나이가 어린 여성 농업인을 선정했단다.

바우처란 뭔가 다음에서 찾았더니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바우처 제도란 정부가 수요자에게 쿠폰을 지급하여 원하는 공급자를 선택도록 하고, 공급자가 수요자로부터 받은 쿠폰을 제시하면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이때 지급되는 쿠폰을 바우처라고 한다. 일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증서와 같다. 노인, 장애인, 산모, 아동 등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이용권을 발급하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서비스 바우처가 대표적이다.’

경상남도에서도 여성 농업인 정책 사업으로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여 2년 전부터 시행했다. 내가 바우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년 전 신문을 통해서였다. 첫 해, 면사무소에 갔더니 담당자는 그런 시행 공문이 왔는지도 몰라 헤맸다. 첫해에 이어 지난해도 받았다. 신문이나 언론에서는 여성농업인에게 바우처 사업을 시행해서 큰 혜택이라도 주는 양 생색을 내지만 겉치레다. 나는 그것으로 고사리 꺾을 때 일꾼들 하루 반찬값으로 쓴다.

그런데 바우처는 국가에서 주는 공짜 돈이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올해는 홍보가 잘 된 것인지, 우리 면에서도 바우처 신청자가 많았나 보다. 면사무소 담당자에게 왜 내가 탈락했는지 이유를 묻자 여성 농업인 바우처 선정 기준이 달라졌단다. 지난해까지는 나이 많은 여성 농업인을 우선으로 선정했는데 올해는 신규 여성 농업인을 1순위로 정하고 2순위는 나이가 어린 여성 농업인으로 정했단다. 내 나이 예순셋이다. 나보다 어린 여성 농업인은 우리 면에서 얼마나 될까. 한 동네 두세 명이 있을까 말까 한 실정이다. 물론 귀농해서 열심히 농사짓는 여성 농업인도 있다.

문제는 선정순위가 잘못되었다는 거다. 귀촌으로 텃밭 농사짓는 사람은 있지만 귀농인은 귀하다.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육칠십 대 노인으로 평생 농사를 짓고 사는 토박이 여성 농업인이다. 그들에겐 단돈 십만 원이라도 큰돈이고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왜 나이를 어린 순으로 바꾼 것일까.

실제 농촌에서 농사짓는 사람은 농사에 인이 박힌 노인이다. 농사꾼 아낙으로 30년이 넘게 자리매김하고 살면서 몸만 망가져버린 나는 이제야 “농사짓다가는 골병만 남는다”라는 친정엄마 말씀을 이해한다.

바우처 사업을 여성 농업인을 돕는다는 취지로 시행한 것이라면 적은 돈이라도 신청하는 사람에게 모두 돌아갈 수 있어야 옳다. 일단 가짜 여성 농업인을 추려내는 작업도 중요할 것이다. 적어도 평생 농부의 아내로, 혹은 농부로 살아가는 여성 농업인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주민등록상 농촌에 거주해도 귀농인지 귀촌인지 햇수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면소 담당자에게 어떤 사람이 선정되었는지 문서상으로 확인하자고 했지만 문서를 보여줄 수 없단다. 나는 한 면내에서 30년이 넘게 살았으니 여성 농업인이 누군지 대충 안다.

그렇게 처음에는 화가 나서 도청으로, 농업기술센터로, 여성 농업인 바우처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 따따부따 했지만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웃고 있다. 어차피 산다는 것은 공수래공수거다. 단돈 10만원 때문에 화를 낼 필요도 없다. 그 돈 없어도 살아지는 것이 인생이다. 어떤 촌로에게는 그 10만원이 한 달 생활비가 된다는 사실을 알까. 나는 국가 보조금 같은 것에 따른 공무원에 대한 불신의 벽이 크다. 이태 전 보조금 사업에 신청했다가 접했던 불신 탓은 아닐까.

훅 날려버리자. 봄풀이 쓰러져 누울 정도로 강도 센 바람이 부는데.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여성 농업인에게 바우처 혜택이 갔다면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박래녀 MBC 전원생활체험수기공모 대상 수상
농민신문 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
제 8회 여수해양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 수상
현대시문학 시 등단
수필집 <푸름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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