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속초 산불 현장

[한국농어민신문 백종운 기자]

▲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김지식 회장(사진 맨왼쪽)을 비롯한 임원단이 강원도 산불 피해현장을 찾아 농업 피해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마을 공동창고 불길에 녹아
뼈대만 남은 농기계 즐비
당장 못자리 준비도 어려워


불길에 녹아내린 창고, 재로 변한 볍씨, 뼈대만 남은 농기계 등 불타버린 생활터전을 바라보는 피해주민들의 표정은 불안과 걱정으로 숯덩이만큼이나 어두웠다.

지난 8일 강원도 고성, 속초 산불현장을 방문한 김지식 한농연중앙연합회장은 회원들의 피해현장을 중심으로 돌아보며 이들을 위로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산불발화 지점과 가장 가까워 피해가 컸던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이장이며 전 한농연고성군회장인 송규화씨는 자신의 집보다 창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산불과 싸웠다며 악몽을 떠올렸다.

4일 오후 7시17분 산불이 발생했다는 메시지를 보고 직감적으로 자신의 창고가 위험하다고 판단, 달려 나갔지만 이미 산불은 옆에 와있었다. 사투를 벌여 일부는 소실됐지만 창고를 지켜냈다. 송 이장이 창고에 집착한 것은 인근 350농가 180만7000㎡의 논에 심을 모를 공급해 줄 장비와 볍씨가 모두 이 창고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고성군 토성면 인흥2리 330㎡(100여평)의 마을공동 농기계창고가 불에 타면서 보관 중이던 이앙기 6대, 콤바인 3대, 방제기, 파종기 등 30여대 모두 전소돼 당장 못자리와 모심기를 할 수 없다며 대책을 건의했다. 이를 지켜보던 김동래 창고관리자는 시기를 놓치면 1년 농사를 포기해야하는데 피해조사와 복구지원 등이 늦어지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한편 대동공업은 이미 서비스팀을 현장에 투입하고 수요조사를 통해 우선공급 후 사후정산하는 방안 등 농업인들의 생업에 지장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

산불로 주택이 전소된 엄종현씨는 당장 거처가 없어 막막했는데 인근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에서 객실 5개를 무료로 제공해 생활하고 있다며 신속한 복구를 호소했다.

대책본부가 마련된 고성군 토성면사무소에는 관계자들과 격려방문객들이 붐볐으나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복구작업을 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에 방문보다는 작은 성금이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또한 피해지역을 여행하는 것에 주저 말고 더 많이 와서 지역경기를 살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지원 늦어지면 1년 농사 망쳐”…신속한 복구 지원 거듭 호소

이앙기·파종기 등 우선 공급
사후 정산 방안 추진 제안
한농연, 성금모금운동 검토도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 이장이며 전 한농연속초시회장인 어두훈씨는 피해주민들의 생활안정과 농사준비를 지원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 마을을 방문했을 때 어두훈 이장은 직접 피해현황을 설명하며 주택복구와 농사에 차질이 없도록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으며 대통령은 가용자원을 총가동해 복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8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고성 속초 강릉 동해 인제 등 이번 산불로 인해 산림 530ha와 사유·공공시설 2112개가 불에 탔다. 주택 510채, 창고 196동, 비닐하우스와 농업시설 143동, 농림축산기계 697대, 학교부속시설 등 11곳, 기타 공공시설 137곳이 피해를 봤다.

이재민은 임시 주거시설에 머무르는 763명에 친인척 등의 집으로 대피한 250명을 합쳐 1013명이다. 한우 13두를 비롯해 가금류 4만280수, 꿀벌 1074군 등 가축 4만1520마리가 희생됐다.

이날 현장을 동행한 김대호 한농연고성군회장은 주택복구와 생계안정을 신속하게 지원하고 농사에 차질이 없도록 복구작업을 진행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관섭 한농연속초시회장은 복구작업이 끝나고 정상적인 생활이 유지되면 근원적인 산불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초기진화에 필요한 장비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식 회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처참하고 심각하다"며 "농기계회사들은 당장 필요하나 이앙기와 파종기 등 기계를 우선공급하고 나중에 정산하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제안했다.

또한 "한농연과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성금모금 운동도 검토하겠다"며 "농업관련업체들도 한농연을 통해 성금이 농업인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협조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현재 산불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한농연회원인 한금석 강원도의장은 8일 국회에서 주택복구비 70%를 국고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현재 성금은 전국적으로 200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소식에 피해 주민들은 다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고성·속초=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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