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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에 지친 농민들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정부가 검역 협상을 추진할 때 품목별 모든 품종이 수출되도록 처음부터 진행할 수 없느냐?” 3월의 어느 날 만난 포도농가인 A씨가 한숨을 내쉬며 뱉은 말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했다. 사연은 이렇다. 정부가 호주에 거봉포도 수출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지만 수출실적은 전무했다. 전제조건 때문이다. 거봉포도를 수출하려면 30분간 훈증 후에 최소 6일간 저온처리 해야 한다. 현장에선 즉각 반발했다. 훈증 처리한 포도는 상품성이 급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산 포도 중 호주에 수출되는 품종은 캠벨얼리 밖에 없다. 캠벨얼리는 훈증처리 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양국간 협상을 통해 검역요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호주 검역당국과 협상을 통해 거봉포도의 소독처리 면제 요건에 대한 합의를 이끌었고 현재 관련 고시 개정을 진행 중으로 5월부터는 거봉포도도 캠벨얼리처럼 훈증처리 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행스럽게도 후속 협상을 통해 훈증처리 없이 거봉포도의 수출은 가능해졌지만 호주 수출을 희망하는 샤인머스켓 재배농가들은 한국 정부와 호주 정부의 추가 협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포도농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협상 방식에 답답함을 호소한다. A씨는 “캠밸얼리 수출을 추진할 때 거봉과 샤인머스켓도 같은 방식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협상을 했어야 했다”고 질타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같은 품목이라도 품종별 위험평가 등이 달라 협상을 다르게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농가들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농민들은 한국 정부가 선진국과의 협상과정에서 힘에 밀린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농민들 말처럼 정부가 호주 정부의 힘에 밀렸을 수도 있고 정부 말대로 품종별 차이 때문에 검역 협상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다만, 검역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포도 전문가인 농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 그런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이 팽배해진 것 아닐까? 협상을 진행할 때 반드시 우리 농민들의 생각부터 들어보는 것이 우선이다.

이현우 기자 국제부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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