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2000년대 이후 쌀 초과공급물량은 연 평균 28만~32만톤이고, 쌀 재고 1만톤의 연간 관리 비용은 약 32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러한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8~2019년간 한시적으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은 농가들의 ‘강력하고, 확고한’ 수요보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정책)로 추진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추진 면적은 5만ha였지만, 실제 참여율은 70% 남짓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심각한 것은 2년간 한시적으로 추진되는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으로 연평균 쌀 가격이 상승해 정부 재정부담이 완화될 수 있지만, 사업 완료 이후 높은 쌀 가격의 영향으로 논에서 타작물 재배 농가가 다시 논벼 재배로 전환할 수 있다. 따라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종료 후에 전환 작물의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위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며, 안정적인 농가소득 기반과 쌀 공급과잉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논의 다각적 활용을 위한 논밭 범용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전작의 정착을 위해 지역 윤작 농법이 제기됐다. 이 농법은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인 토지 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지역 차원에서 전작 부분을 윤작·논밭윤환(輪換, 블록 회전)하는 것으로 집단적 토지 이용을 실현하는 것이다. 일본의 논범용화대책(논의 밭화)는 쌀 가격 침체와 생산 조정의 확대로 쌀에만 의존하지 않는 농업 경영을 목표로 쌀 이외의 수익작물 생산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하에 배수 대책 등 논의 생산 조건을 개선하고 논에서의 밭작물 재배를 통해 농업 생산액의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 대책은 논에서의 콩, 원예 등의 밭작물에 따른 기반 마련을 위해 배수 대책, 지하관개 등 토지기반정비 및 하우스 등의 시설정비, 논 활용 및 균형 잡힌 경영 환경의 확립을 목표로 한다. 또한 유관기관이 연계하여 토지 이용 계획의 책정이나 고수익·고품질을 보장하는 재배 기술 지도·조언, 밭작물의 유통·소비 확대를 위한 조언 등의 종합적인 지원을 행하는 것으로 밭 농사 산지의 창출·확대를 추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논 농지의 다각적 활용은 기존 쌀 재배면적 감소가 아니라 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과 연계해 종합적인 농업생산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논에서 타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농가들의 면담 결과, 노동력 부족, 밭작물가격 하락 우려, 판로문제, 직불금, 밭작물재배가능 여부 및 재배기술, 밭에서 논으로의 전환 가능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과 작물 선택의 제한 등은 논에서 타작물 재배의 어려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논 농지의 다각적 활용화(논밭 범용화)는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여 장기적으로 쌀 수급 구축 및 이를 통한 논 농지의 효율적 이용이 주요 목적이기 때문에 기존 생산기반시설 구축사업(예를 들어, 배수개선사업, 밭기반정비사업 등)과는 차별성이 있다. 이것은 결국 생산에서 판매까지 일괄 영농체계 구축을 통해 가능할 것이며, 지역 농정의 중심이 되는 원예산업 종합계획 등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논 농지의 다각적 활용의 정착을 위해서는 논에서 타작물 재배를 선호하는 농가의 수요가 지속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농 여건(생산기반 시설) 뿐만 아니라 농산물 유통, 농가소득 등 통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이들을 유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특히 농업인의 고령화 진전에 대응한 영농 주체의 조직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향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지역기반연구실 주임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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