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 인증제도 개선 토론

[한국농어민신문 정문기 농산전문기자]

▲ 지난해 친환경농업계가 선포한 ‘2030 친환경농업 혁신비전’ 첫 실천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친환경농업 가치 재정립에 따른 인증제도 개선방향 국회 토론회’에서 인증제도가 결과에서 과정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여론이 재 확인됐다.

현재 결과 중심 인증제로
친환경 인증 농가 수 감소
재배면적도 축소 불가피

시험분석 의존 절차 재검토
전문적 인정기구 설립 모색

도시민과 긴밀한 공감대 형성
소비자 신뢰 확보·인식 전환
친환경 농가 보람·긍지 높여야


친환경농업에 대한 가치를 재정립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인증 제도를 결과에서 과정중심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재 확인됐다. 최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친환경농업 가치 재정립에 따른 인증제도 개선방향 국회 토론회’에서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연말 친환경농업계가 선포한 ‘2030 친환경농업 혁신비전’ 실천을 위한 첫 사업의 일환이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농어업정책포럼,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한국유기농업학회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 위성곤 국회의원, 김정호 국회의원, 김종회 국회의원, 최양부 전 농림해양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친환경농업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김영재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작년 12월 2030친환경농업 혁심비전을 발표한 후 첫 후속작업으로 인증제도 문제를 집중 논의키 위해 이번 행사를 추진하게 됐다”면서 “현재의 결과 중심 인증제로는 친환경인증 농가수가 감소하고, 재배면적도 줄어드는 등 생산 및 소비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과정중심의 인증제를 조속히 도입하기 위한 소비자와 국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위성곤 국회의원도 축사를 통해 “친환경농산물 소비확대에 어려움이 있는 현재의 인증제도는 반드시 개편돼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과정중심의 인증제도 전환에 공감했다.

유기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비시장적 가치=정만철 농촌과자치연구소장은 ‘친환경농업의 공익적 가치’란 주제발표에서 유기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생물다양성 △토양보전 △수자원 보전 △기후변화 대응 △환경오염 감소 △먹거리의 안전성 보장 △경관 및 문화 계승과 보전 등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다고 밝혔다. 특히 유기농업은 녹비작물의 재배나 윤작, 농산물 잔사, 유기질비료나 가축분뇨퇴비 등을 토양에 투입함으로써 관행농업에 비해 토양에 축적되는 유기 탄소량이 크게 증가시켜 기후변화 대응 효과가 뛰어나다. 유기농업의 비시장적 가치 또한 엄청나다. 유기농업 총 편익이 수조원에 달한다는 연구조사 뿐만 아니라 벼 유기 및 무농약 친환경재배 실천을 통한 수자원 함양 기능이 우리나라 인구 5100만명이 연간 1리터 생수를 4300병 마실수 있는 양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에 정만철 박사는 “유기농업을 비롯한 친환경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객관적 구명을 위한 연구를 확대하고 이를 소비자 및 생산자에게 널리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증제도 과정중심으로 전환돼야=유병덕 이시도르연구소장은 ‘친환경농산물 심사방법론의 전환적 발전방향’이란 주제발표에서 한국의 유기농업 농약검출 비율은 6%로, EU 14%, 미국 23%에 비해 매우 낮고, 잔류농약 검출 평균농도도 관행농법 보다 67배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더욱이 2017년 잔류농약이 검출된 300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증연차 3년 이전의 농가가 75%에 이르지만 그 이후로는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외국의 경우에는 유기인증 심사방법이 △물리적 관찰 △관계자인터뷰 △추적심사 △시험분석 등 다양하게 종합적으로 이뤄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시험분석 중심에 치우쳐 있다. 이를 두고 유병덕 소장은 “시험분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준과 절차를 재검토해 중장기적으로 법령과 법규를 개정하고 과정 중심의 심사원 교육 및 훈련, 괴정중심의 심사를 지도·감독할 수 있는 전문적 인정기구 설립 등의 개선방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공감대 형성을 통한 인증제도 개편 이뤄져야=지정토론자 모두 과정중심의 인증제 전환에 공감했다. 다만 도시민, 국민과의 보다 더 긴밀한 공감대 형성을 당부했다. 김상기 농어업정책포럼 이사장은 “현재의 결과 및 검출 중심의 안전성만을 절대 가치로 하는 인증제도는 친환경농업의 제일 목표인 농업의 환경보전기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면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전환과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농민들의 실천과정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과정에 대한 중요성을 담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곽금순 환경농업단체연합회장은 “건강한 농업 생태계 조성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체계의 구축은 결국 건강한 식품구입의 기회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과정중심의 인증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다만 이것을 실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는 만큼 이해 당사자가 모여서 지속적인 토론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성 (사)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정책센터장도 “친환경농업정책의 기조를 안전한 농산물과 결과중심에서 생태보전적이고 과정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취지가 성공하려면 친환경농업인과 소비자 등 이해당사자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주이 한국유기농업학회장은 “현재 혼재돼있는 친환경유기농업의 가치와 철학을 재정립하고 공익적 가치에 대한 평가와 과학적 연구 등을 확대해야 하며 유기농 3.0 실천을 통한 지속가능한 생태환경농업으로의 대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최낙현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은 “친환경농업에 대한 정의를 안전성 중심에서 생태환경보전 중심으로 수정·보완한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잔류농약 검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와 재검사 규정을 마련하는 등 정부도 좀 더 과정 중심적으로 바꾸는 데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만 친환경 인증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문기 농산업전문기자 jungm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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