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희권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전국적으로 분석기관 100곳도 안돼
내년 3월부터 전면 적용 우려 목소리
측정방법 명시도 신중한 검토 필요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2006년에 제정되기 전까지는 가축분뇨를 폐기물로 간주해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의 처리에 관한 법률’로 가축분뇨를 다뤘었다. 가축분뇨를 폐수로 간주해 정화 위주의 법제로 운영하던 것을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인식해 퇴액비로 자원화하는 법제로 전환함으로써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축산업을 구축하기 위한 법적인 토대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기준으로 연간 약 4800만 톤의 가축분뇨가 발생되고 있는데 이중 약 91%에 해당되는 4400만 톤이 퇴액비로 자원화 되고 있다고 한다.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불과 10년 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가축분뇨 자원화율이 괄목할 만한 증가 추세를 보인 것은 가축분뇨를 자원화하기 위해 정부와 농축산인들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라고 본다.

환경부는 공동자원화규모 및 상업적인 목적으로 생산되는 퇴액비에 한해서 품질기준을 적용해 관리해 왔으나 농가형 퇴액비 품질기준을 마련해 농가형 퇴액비의 품질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2015년 발표한 바 있다. 축산농가 및 재활용신고자는 환경부의 '퇴비액비화기준 중 부숙도 기준 등에 관한 고시(제2015-111호)'에 따라 퇴액비의 부숙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농가형 액비 부숙도 기준은 올 3월 25일부터 전면 적용됐으며 퇴비 부숙도 기준은 내년 3월 25일부터 적용된다.

농가형 퇴비 부숙도 기준이 내년 3월부터 전면 적용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들려오고 있다. 전국에 약 10만여 축산농가 중 가축분뇨를 자가 처리하고 있는 농가의 수를 약 7만여 농가로 보고 있는데 이들 농가 중 허가규모 이상의 농가는 연 2회, 신고규모 농가는 연 1회 부숙도를 측정해야만 한다.

그러나 비료관리법에 따라 지정된 부숙도 분석기관은 전국적으로 100여 곳도 되지 않아 전국의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퇴비 부숙도 검사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숙도 분석장비를 지원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이 또한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퇴비액비화기준 중 부숙도 기준 등에 관한 고시(제2015-111호)’에서 퇴비의 부숙도 측정방법을 ‘비료관리법 시행령’의 ‘비료품질검사방법 및 시료채취기준’에 따라 콤백과 솔비타 측정법과 냄새에 의한 부숙이 의심될 때에 종자 발아법으로 측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축분뇨 퇴비화와 관련된 연구를 20년 이상 수행한 연구경험을 비춰볼 때 정부에서 고시를 통해 명시하고 있는 퇴비 부숙도 측정방법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퇴비 부숙도 측정방법은 산소 소모율 측정, 이산화탄소 발생율 측정, 생분해열 측정, 솔비타(암모니아, 이산화탄소 간이 측정 키트), 암모니아 이온 측정법, 암모니아성 질소와 질산성 질소의 비 측정, 종자 발아법 등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솔비타, 콤백, 종자 발아법으로 제한 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 솔비타와 콤백은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 발생반응을 이용한 동일한 측정방법이나 솔비타는 외국 업체에서 개발된 장비이고 콤백은 국내에서 개발된 장비라는 차이 밖에 없으므로 우리나라의 부숙도 판정법은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 간이 측정 키트가 주를 이룬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반적으로 퇴비 부숙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다양하므로 앞에서 열거한 여러 방법 중 어느 특정 항목만으로 평가할 경우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국외에서는 2가지 이상의 측정방법을 병행하는 곳이 많다.

둘째, 특정업체 이름이나 특정업체의 제품명을 부숙도 측정방법으로 고시에 명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조속히 시정돼야만 한다. ‘비료관리법 시행령’의 ‘비료품질검사방법 및 시료채취기준’에서는 부숙도 측정방법만 명시하고 그에 따른 부숙도 판정기준을 제시하면 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발생반응을 이용한 기계적 부숙도 측정방법’이라고 명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나 이를 구체적으로 솔비타와 콤백이라는 제품으로 제한하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본다.

솔비타와 콤백의 경우 현장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하나 함수율이 40% 미만으로 낮은 시료의 경우 함수율을 50% 수준으로 조절한 후 약 24~48시간 지난 후에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러한 분석방법을 준수하지 않아 정확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부숙도 기준에 부적합한 퇴비를 생산하는 농가에 100만원에서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도 있으므로 신뢰성 높은 분석방법으로 올바로 분석할 수 있도록 분석방법을 교육·지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기존의 고시에서 명시된 부숙도 측정방법을 바탕으로 솔비타와 콤백 부숙도 측정장비를 서둘러 보급하기 보다는 부숙도 측정방법에 대해 신중히 검토한 후 국내 적용 가능성이 높은 부숙도 측정방법(원리)들을 고시에 명시해 여러 업체에서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하도록 함으로써 관련분야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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