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주현주 기자]

복지부-한약재 수입·유통업체
수급조절위에 안건 상정 추진

▶농식품부·생산농가 강력 반발
국산 수매 현황 공개도 않고
평균 수입이행률도 67% 불과
수입량 확대 요구 납득 안돼
폐지 움직임 즉각 중단해야


국산 한약재 산업을 지탱해주는 한약재 수급조절제도에 대한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어 생산농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약재 수급조절제도는 1993년 국산 한약재 종(種)과 생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 시행됐다. 당시 70개 품목에서 계속 줄어들어 현재 구기자, 산수유, 오미자 등 11개 품목만이 유지되고 있으며, 이들 품목에 한해선 한약재 수급조절위원회에서 국산 한약재 수급 상황을 반영한 뒤 공급 부족분만 수입 허용 물량으로 결정하게 된다. 한약재 수급조절위원회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주요 한약재 생산·유통·소비단체가 참여한다.

농식품부와 한약재 업계에 따르면 조만간 개최될 이 한약재 수급조절위원회에서 한약재 수급조절제도 폐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수급조절 품목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몇 번의 존폐 논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국산 한약재산업과 농가 보호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당위성이 더 앞섰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와 수입·유통업계들은 또다시 한약재 공급물량이 부족하다면서 수급조절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이 안을 수급조절위원회 안건으로도 올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생산농가와 농식품부는 국산 한약재 생산 농가 보호와 산업 발전의 최후 방어선이 수급조절제도로, 이 제도로 인해 국산 한약재 명맥이 그나마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수급조절제도 존치는 물론 제도 제정 취지에 맞게 수급조절제도를 확대, 개선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약재 소비량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한약재 수입량을 산출하는 게 먼저 수반돼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생산업계에 따르면 한방기관 등 5개 한약 소비단체에서 제시하는 소비 예정량이 실제와 2000톤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 이같이 차이가 큰 이유는 소비단체들이 납품하는 곳이 서로 겹치면서 이중 산출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업계는 유통업계 등이 영업비밀이라는 명목으로 국산 한약재 수매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관행을 개선하고, 전년도 수입 이행률을 토대로 올해 한약재 수입 배정량을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성현 한국생약협회 사무국장은 “한약재 수급조절제도는 취지대로 운영돼야 한다”며 “실제 수급조절 품목에서 제외된 수많은 품목이 현재 생산 자체가 단절돼 있다”고 밝혔다. 윤 국장은 “(수입·유통업계에서) 말로만 국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면서 실제 국산 한약재를 구매 했다는 자료도 전혀 공개하지 않는데 어떻게 말만 믿고 수입물량을 늘릴 수 있겠냐”며 “수입량을 늘리기 전에 국산 한약재 수매 현황도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도 한약재 수급조절제도는 생산농가의 ‘마지막 보호 장치’라면서 폐지 반대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폐지 반대 근거로 수입·유통업계의 수입 이행률이 낮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약재 수급조절위원회 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도 수입 한약재 배정량은 각각 2000톤이었으나 실제 수입량은 1150톤과 1389톤 정도에 그쳤다. 수입 이행률은 57.5%와 69.5%로 지난 2012~2018년까지 평균 수입 이행률은 67%에 불과했다.

손경문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수입 물량을 늘리려면 그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 어떤 품목이 얼마만큼 부족한지 원하는 적정량이 있을 건데, (수입·유통업계에서) 영업비밀이라고 해서 공개를 안 한다”며 “수입 이행률을 먼저 채운 다음에 수입 확대를 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사무관은 “국산 한약재산업의 마지막 보호 장치라 할 수 있는 수급조절제도는 당연히 취지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현주 기자 joo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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