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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여무는 마을공동체 곡성 ‘항꾸네협동조합’"공간 생기고 귀농인 모이니, 자연스레 공동체적 마을 생겨"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 항꾸네협동조합 일꾼들. 왼쪽부터 문영규 상임이사, 신혜영 활동가, 이재관 초대 이사장.



위대한 ‘마하트마 간디’는 “마을이 세상을 구한다”고 했다. 2006년 녹색평론사가 펴낸 동명의 책에는 ‘스와라지’(마을 자치)에 대한 그의 사상이 담겨있다. 그는 이기심, 정신적 빈곤, 낭비, 농촌 착취를 조장하는 근대적 대도시와 산업문명을 “인류에게 큰 화근”으로 보고, 우리의 미래를 모든 활동이 자발적인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찾았다. 세계화와 경제성장에 희생되고, 마을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오늘 농촌현실에서 간디의 스와라지는 새로운 희망의 단초다. 전남 곡성에는 간디의 말처럼 마을공동체를 살리고, 지속가능한 삶을 꾸려 나가는 ‘항꾸네협동조합’이 있다.


귀농 경험 나누고 의지하다
2013년 협동조합 만들어
조합원 자발적 기부·봉사로
마을 다큐 제작·잔치 등 해내

모임 위한 마을카페 ‘농담’
작은도서관 ‘책담’ 등도 꾸며


▲자연스레 여무는 마을공동체 이야기

마을 초입, 나무로 만든 입간판에 ‘항꾸네’란 이름이 정겹다. 항꾸네란 남도에서 ‘함께’란 뜻이다. 항꾸네협동조합은 “혼자 말고 함께(항꾸네) 잘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자연스레 여물고 있는 마을공동체다. 곡성에 귀농한 사람들이 경험을 나누며 서로 의지하고 지내다가, 2013년에 협동조합을 만들고 마을에 필요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출발했다.

“간디는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고 했습니다. 조상 대대로 이어 내려왔던 마을공동체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마을,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통해 마을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문영규 항꾸네협동조합 상임이사의 설명이다.

항꾸네협동조합 창립 준비를 하면서 ‘지속 가능한 삶’과 ‘조합원 행복’이라는 큰 방향이 정리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로, 적정기술 공방, 마을 카페, 귀농 청년 돕기, 마을 다큐 제작, 마을잔치 등을 꼽아 보았고, 6년에 걸쳐 그것을 실제로 해냈다. 적정기술 공방 ‘다짜고짜’, 마을 카페 ‘농담’, 작은 도서관 ‘책담’, 귀농 청년 쉐어하우스 ‘꿈엔들’을 함께 지었다. 조합원이 땅을 무상 제공하고, 건축과 운영에 관련한 기획, 행정, 구매, 연구개발 등의 일을 모두 자발적인 기부와 봉사로 해결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곡성군의 지원으로 청년 조합원 두 명을 정식으로 고용, 보다 짜임새 있게 운영하고 있다. 조합원이 무상으로 빌려준 땅에 조합원들이 직접 건물을 지었으니 임대료가 발생하지 않아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조합이 문을 닫을 일이 없다.

마을공동체가 잘 돌아가려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중요하다. 기존 마을회관이 있지만, 이곳은 경로당과 비슷해 어르신들 위주로 모이고 쉬는 형태라 귀농인들이 모이기는 좀 어렵다. 그래서 마을카페 ‘농담’을 지었다가 공간이 아까워서 절반을 작은 도서관 ‘책담’으로 만들었다.

“여러 공간이 생기고, 생태와 자립을 위해 귀농한 사람들이 모이게 되니, 자연스레 공동체적인 마을이 새로 생겨나더군요. 품앗이 농사도 할 수 있는 만큼 함께 하게 되고, 적정기술 난로도 함께 만들고, 함께 음식도 만들어 먹고, 영화도 보고, 축하할 일에는 파티도 하고, 그러다 음주가무로 이어지기도 하고.” 재능 있는 조합원에게 천연 염색과 옷 만들기와 목공을 배우고, 스스로 몸을 돌보는 몸 마사지도 하고, 조합원 집짓기도 함께 했다. 인근의 위해시설 막는다고 떼 지어 데모도 하고, 마을뿐 아니라 지역의 일에도 함께 참여하게 됐다. 공간이 생기고, 함께 하는 마음이 모이고, 그 가운데 새로운 사람들이 더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공동체성’이 있는 마을로 자리 잡아간다.
 

▲ 귀농청년 쉐어하우스 꿈엔들 내부. 정원 10명에 청년들이 머물면서 농촌생활을 익힌다.

귀농 청년 쉐어하우스 ‘꿈엔들’

일정기간 마을에 머물며 ‘농사·각종 기술’ 습득

귀농·시골생활 꿈꾸는 청년
적은 돈 내고 최장 1년 체험 
마을 프로그램 참여도 가능


▲ 귀농 청년을 위한 쉐어하우스 ‘꿈엔들’을 아시나요?

항꾸네 조합원들은 대부분 청년 시절을 지나 귀농하는 바람에, 좀 더 일찍 삶을 바꾸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협동조합 설립 초기에 우리보다 더 젊은 청년들이 그런 아쉬움과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먼저 정착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자고 했다. 사실 귀농 희망 청년들이 당장 필요한 것은 거주할 집이다. 항꾸네는 귀농 귀촌 청년들이 일정기간 머무르면서 자기 농사와 에너지 적정기술을 배우는 쉐어하우스를 먼저 짓기로 했다. 38평 규모에 정원 10명인 쉐어하우스 ‘꿈엔들’은 2018년 4월 완공돼 현재 일부 청년들이 입주해 있다.

항꾸네가 준비한 ‘청년귀농 지원 프로그램’은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사회적 농업’으로 지정됐다. 덕분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됐고, 청년들도 적은 비용부담으로 참여가 가능해졌다.

프로그램 이름은 ‘청년 자자공(自自共) 과정’이다. 자자공이란 ‘자연, 자립, 공유’란 뜻이다. 자연 스런 논 밭 농사, 자연탐방(산행, 나무, 산나물 배우기), 남도 탐방을 통해 자연스런 삶을 살아보는 것이다. 또 적정기술, 목공, 건축, 자연염색, 몸살림, 술 빚기, 옷만들기, 시골요리를 배우면서 자립하는 힘을 기른다. 공유란 항꾸네가 직접 지은 청년공유주택, 마을공방, 공유부엌, 작은도서관 등을 이용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삶을 누리는 것을 말한다. 구술생애사 글쓰기 특강, 농촌인문학 프로그램 등 항꾸네 마을공동체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대상자는 △대안의 삶을 찾는 청년 △ 귀농을 희망하는 청년 △ 일정기간 머물며 시골생활을 해보고픈 청년이다. 연령은 만 39세까지다. 기간은 1개월, 6개월, 12개월 짜리가 있는데, 3월부터 시작된다. 비용은 쉐어하우스 ‘꿈엔들’ 기본사용료는 월 4만원에, 전기료, 상수도료, 인터넷비 등 관리비는 사용자들이 분담한다. 넓은 거실에 공동주방이 있어 식사는 함께 해결한다.

혹시 이 과정에 참여하면 꼭 전남 곡성에 정착해야만 하는지, 신청하면 계속 머물러야 하는지 오해하는 이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문영규 이사는 “꼭 귀농할 청년이 아니어도 되고, 2박3일도 가능하고, 한 달만 살아보는 것도 가능하다”며 “귀농 귀촌을 생각하는 청년들이 와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골라 머물러 보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재미난 항꾸네 마을살이도 함께 하며 삶을 전환하는 귀농을 자유롭게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수시 모집인데 조기에 정원이 찰 수 있다. 참여를 원하는 청년은 일단 2월23일까지 전화 또는 방문하면 된다. 문의: 청년마을활동가 신혜영 010-4326-7584, 김현식 010-3065-4960

▲ 다짜고짜 공방 . 지역실정에 맞는 적정기술을 배우는 곳이다.

적정기술 보급 ‘다짜고짜’ 공방

고효율 화덕 제작, 집수리법 등 ‘공유’


▲농촌 적정기술을 보급하는 ‘다짜고짜’ 공방

다짜고짜 공방은 누구나 쉽게 배우고 활용하기 좋은 에너지와 생활의 ‘적정기술’을 교육하고 보급한다. 에너지 적정기술이란 산업화되고 유한하며 고비용인 석유와 원자력 에너지를 대신해 에너지를 자립하거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예를 들어 햇빛온풍기, 햇빛건조기, 햇빛온수기, 고효율 화덕, 고효율 화목난로, 개량구들, 축열식 벽난로 등이 그것이다. 생활 적정기술이란 귀농을 비롯해 생활에 필요한 것을 자본주의적 소비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는 적정기술이다. 창고, 구들방, 생태뒷간 등 건축물 손수 짓기, 집고치기, 용접, 목공, 구들 놓기 등이다.

다짜고짜 공방에서는 낯익은 빈 고추장 통, 가스통, 드럼통들이 난로와 화덕으로 재탄생된다. 또 ‘내 손으로 내 난로 만들기 워크샾’을 통해 참가자들이 재료비와 참가비를 내고 교육을 받아가며 직접 난로를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예를 들면 발열량과 내구성이 좋으며, 빵을 구울 수 있는 오븐이 장착되고 상판을 화덕처럼 이용할 수 있는 난로를 누구나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용접을 가르쳐 준다. 다짜고짜 공방의 적정기술 제품은 입소문으로 많이 알려져서 구매신청도 들어오고, 어떤 것을 개발해 달라고 프로젝트 같은 일도 들어온다고 한다. 항꾸네는 주문이 들어오면 난로를 만들어 팔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적은 연료로 따뜻하게 살수 있는 기술을 나누고자 한다. 목마른 사람에게 매번 물을 주는 것 보다는 스스로 물을 찾고, 우물을 팔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준다.


"함께 어울려 살다보면 인연이 주는 새로움 있어"

문영규 항꾸네협동조합 상임이사

“함께 어울려 살다보면 인연이 주는 새로움이 있어요.” 문영규 항꾸네협동조합 상임이사는 “농촌에서 살다보면 서로 서로 도와야 하는 상황이 오기에 자연스럽게 품앗이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자립을 꿈꾸며 살아가려 해도, 혼자만의 자립은 없다. 그런 자립은 한계가 있다. 혼자보다 함께 하는 자립은 더 두텁고 넓다. “한 해 한 해 함께 보내며, ‘항꾸네’ 사람들은 조금씩 그것을 느끼고 있어요. ‘귀농’은 ‘일의 전환’만이 아니라 ‘삶의 전환’이고 관계의 전환이라고요.”

자급적이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귀농했지만, 삶의 공간과 방법만 바꾸었다고 행복해지는 것만은 아니라 ‘전환’이 중요하다. “일과 누리는 삶이 어우러지는 것”이 바로 전환이고, 행복이다. 이것은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가능하다. 못자리도 같이 하고, 콩 농사도 함께 짓는다. 두부도 같이 만들어 먹는다. 다르게 살아왔지만, 남을 강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가족처럼, 형 동생 같은 느낌으로 지내면서 일을 함께 하다 보니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자급자족을 생각한다고 해도, 사회와 벽을 쌓고 지내는 삶은 불가능하다. “자본주의와 완전 분리가 아니라 얽매이지 말자는 것이고, 다만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해결해 보자는 겁니다. 도시에선 내가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하지만, 여기선 나 스스로를 위한 일을 한다는 게 다른 것 같습니다.” 소비를 줄이긴 하지만, 시골에선 도시처럼 돈이 들어갈 일이 많지 않고, 충동구매 같은 것을 없애는 거지 부족하게 산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원하는 삶, 주체적인 삶이 행복감을 줍니다.”

그는 청년 귀농은 “경험을 쌓을 겸 소박하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청년들이 들어오도록 여러 제도를 만들고 있지만, 사업계획서를 너무 거창한 것을 요구하는데, 도시 청년이 아무것도 몰랐던 농업을 어떻게 거창하게 쓰느냐”면서 “그 것부터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농촌을 살린다는 것은, “노력한 만큼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고, 정책은 그것을 어떻게 관리할까에 중심이 있어야 하는데도, 정부가 일자리로만 보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 "농촌은 원래 계획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그 때 그 때 형편에 맞추어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비빌 언덕이 필요한 거고, 인연이 중요합니다.” 항꾸네협동조합이 귀농청년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를 주거 문제로 보고 쉐어하우스 ‘꿈엔들’을 만든 이유다.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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