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여기저기서 불거진 부적절한 해외연수 
농협의 ‘볼썽사나운 민낯’ 확인계기
농협 내부 철저한 자정 노력 선행돼야


농협이 왜 이럴까? 사서 몰매를 맞을 농협의 추태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의 농협에 대고 우리가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고, 사업 전문성을 높이라고 주장했던가 싶은 후회가 들 정도로 현재 불거지는 농협의 난맥상은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다.

새해 벽두에 불거진 예천군의회의 해외연수 추태를 전후해 갑자기 농협 해외연수의 볼썽사나운 민낯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H농협은 작년 말 베트남 연수 중 집단성매매 의혹이 일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S원협도 1월 말 국내 선진지 견학을 간다면서 여성 10여명의 도우미와 동행하여 관광지에 갔다고 직원들이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제기에 대해 대처하는 과정을 보아도 농협이 과연 자체적인 정화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S원협은 자체 감사 결과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가 언론에 보도되자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사퇴하는 등 갈지자 걸음을 걸었다.

이런 연수를 둘러싼 부적절한 움직임과 이에 대한 폭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17년 K농협도 선진지 견학을 목적으로 캄보디아 등으로 관광성 해외연수를 다녀왔다고 이사가 직접 폭로했고, 어떤 도시지역 축협은 200명에 가까운 원로 조합원의 위로여행을 진행하며 일반 관광에 비해 2배 정도의 비용을 들였다고 비판받았다. 2015년 B축협도 비즈니스석으로 유럽 연수를 다녀왔다고 조합원들의 문제제기가 있어 부천시 선관위의 조사를 받았다.

사실 조합원 교육에서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 연수, 특히 해외연수다. 반면에 조합원에 대한 협동조합 이념 교육이나 대의원 교육은 크게 돈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대의원들이 필요한 교육을 신청할 경우 예산이 없다며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선진지 견학이나 해외연수에서 이런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세세한 규정이나 사업지침도 지도하는 농협중앙회는 유독 이런 문제에 대해서만은 강력한 지도를 하지 않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작년부터 적폐청산과 ‘미투’로 대표되는 젠더이슈가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는데, 농협의 이런 모습은 두 가지 의제를 따라가지 못하는 농협의 후진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걱정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폐습을 스스로 고치지 못하고 있으면 자체적인 정화능력이 없다는 사회적인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외부에서 개혁의 칼을 뽑아들도록 자초하게 된다.

2008년 말 이명박 정부는 출범 1년이 다 되어가도록 농협개혁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정부에서는 아무 일없이 넘어갈 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전망은 가락동 시장을 방문하여 내지른 대통령의 한 마디로 가을 낙엽처럼 쓸려가 버렸다. 막대한 부담을 안게 된 농기계 임대사업을 떠안은 것은 물론이고, 십 수 년 간 답보상태에 있었던 농협 신경분리가 쏜살같이 추진되었다. 외부가 주도하는 개혁은 농협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생각지 못한 부담을 가져오게 된다.

그렇다면 이번 정부에서는 어떨까? 이미 경제부총리는 준조합원 이자소득세 감면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에는 농협개혁위원회가 1년 전부터 가동되고 있다. 조합장 선거를 둘러싼 각종 탈법적 행위와 분란이 여론의 도마에 오를 것이다. 농협의 조합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정치적 영향력도 위축되고 있다. 당장 현 정부가 어떻게 한다는 신호는 아직 감지되지 않지만 징후는 계속 쌓이고 있는 셈이다.

농협은 농민 대부분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농업계 최대의 조직이다. 농협의 이미지 실추는 농업계 전체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그 결과는 농업정책의 질적 저하나 농업계 예산의 상대적 축소 등 직간접적으로 농업인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외부로부터의 개혁을 자초하지 않으려면 농업계 내부, 특히 농협 내부의 철저한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연수나 선진지 견학의 엄격한 실행 기준부터 확립하고, 이를 위배하는 자는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농민 조합원들이 원하는 교육은 가급적 반영하여 농민조합원들의 의식수준을 높이는 일부터 제대로 해 농협 내부의 정상적 운영의 토양을 가꿔야 할 것이다. 농협법 제60조의 1항은 “지역농협은 조합원에게 협동조합의 운영원칙과 방법에 관한 교육을 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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