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시중 쌀값과는 상관없는
목표가격 문제 삼아
“정부 막대한 예산 지출
소비자 후생 축소” 주장 
“수입쌀 구매 증가” 경고도

“최소한의 농가소득보전장치
밥 한공기 300원이 과한가”
농민단체·농정 전문가 비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쌀 목표가격 인상과 직불금 지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농민단체와 양정전문가들은 그동안 쌀 가격이 하락을 거듭하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겨우 회복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단체가 시중 쌀값과 상관없는 목표가격을 문제 삼는 논리를 펴는데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3일자로 보도자료를 내어 “쌀 목표가격의 지나친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있다”면서 “농가 소득보전에 막대한 예산이 지출되고, 쌀값은 폭등해 소비자들의 후생이 축소되면서 쌀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쌀 구입시 가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된다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고, 수입쌀 구매 경험과 구매의향이 크게 증가했다”며 “소비자를 배제한 시장은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음을 알리고, 소비자의 선택권과 후생이 보장된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쌀 정책을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현재 쌀 가격은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고, 쌀 목표가격은 농가소득 보전을 위한 변동직불금의 기준으로 쌀값과는 관계가 없다”면서 “이는 2005년 WTO 쌀 협상을 이유로 그동안 쌀 가격을 지지해온 추곡수매를 폐지, 쌀 가격을 시장에 맡기는 대신 농가소득 보전을 위해 쌀소득보전직불제를 도입한 배경과 양정의 구조를 오해한 데서 나온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목표가격을 인상했다고 시중 쌀값이 따라서 올랐다면 변동직불금 역시 지급되지 않았을 것이고, 이것이 시중 쌀값과 목표가격이 무관하다는 증거”라며 “추곡수매 폐지 이후 쌀 가격은 계속 하락해 왔고, 소비자들은 낮은 가격에 쌀을 구입해온 반면 이 때문에 입은 농가 피해에 대해 변동직불금이 지급돼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소비자들이 농민과 상생하는 길로 나아가야 할 이 시점에 수입쌀 구매를 거론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싼 가격의 농산물, 수입 농산물을 구매한다는 논리는 농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식품의 안전성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훼손해 결국 농민과 소비자가 모두 피해”라고 강조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1일 성명을 통해 “쌀의 소비자 물가지수 가중치는 1000을 기준으로 4.3에 불과하다”면서 “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의 가계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변동직불금은 쌀 가격 하락 시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한 제도이며, 목표가격은 이를 산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도 소비자 후생을 언급하며 쌀 산업 제도 전반을 부정하는 것은 국내 쌀 산업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농연은 “생산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나 쌀 가격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자칫 가격 하락으로 인한 생산기반 붕괴는 소비자에게 더 큰 위협으로 다가갈 수 있다”면서 “소비자단체협의회와 일부 언론은 쌀 가격이 물가 상승의 주범인 양 매도하는 행태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10일 성명서에서 “밥 한 공기에 240원으로 자판기 커피 보다 못한 쌀값을 300원으로 올리자는 농민들의 요구가 과한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쌀값 걱정 그만하고 공공수급제 도입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전농은 “지난 20년 간 농업소득은 오히려 감소했고, 도시근로자 대비 농가소득은 63% 수준”이라며 “지난 30년간 쌀값이 물가인상률 만이라도 반영이 됐다면 쌀 농업 비중이 20%까지 축소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전농은 “쌀 목표가격은 지난 12년간 단 한 번 올랐지만, 재배면적은 같은 기간 25%, 생산량은 19% 줄었는데도 쌀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국내생산량의 11%에 달하는 40만톤의 수입쌀 이 원인”이라며 “2018년 쌀 가격이 오른 것은 정부가 2017년산을 수확기에 선제적으로 시장격리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농은 “변동직불금이 많이 나왔다고 좋아 할 농민은 없고, 변동직불금이 지급되지 않을 정도로 쌀값이 유지되길 간절히 희망한다”며 “소비자단체는 쌀값 걱정보다 적정량을 국가와 농민이 계약재배, 농민에겐 생산비를 보장하고, 소비자는 적정가격에 쌀을 공급하는 쌀 공공수급제 도입에 힘을 쓰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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