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그동안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제주 양배추 하차경매가 일단 봉합됐다. 절충점의 핵심은 내년 4월까지 고령·영세농에 대한 시행 유예다. 이에 따라 이들 농가들은 내년 4월까지 기존 상차방식으로 출하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규모화 농가는 당초대로 하차거래가 시행된다. 이로써 서울시공사는 양배추 하차거래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고, 양배추 농가는 나름의 준비기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다. 당장 시행 유예를 받은 고령·영세농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제주도가 생산자협의회 등과 논의해 대상을 선정할 예정이지만 자칫 농가 간 갈등과 반목을 부추길 수 있다. 또한 물류비 증가분에 대한 지원액 규모도 관건이다. 당초 계획대로 12월부터 규모화 농가들이 하차 경매에 나선다면 물류비 지원을 얼마정도 할 것인지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제주 무 지원액 정도가 거론되지만 아직까지 명확히 결정된 것은 없다.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하차경매 대상 품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어서 이같은 첨예한 갈등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차제에 양배추 하차거래 추진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점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속도전’에 매몰돼 ‘생산자·소비자 보호’라는 공영도매시장 본래의 설립 취지를 훼손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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