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농민단체와 협의도 없이
기재부서 논의 주도 ‘분통’
“여전히 껌값보다 못한 쌀값”
방출계획 즉각 철회 촉구


정부가 벼 수확기임에도 불구하고 2017년산 정부양곡을 시장에 방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현장 농심이 들끓고 있다. 양곡정책 사상 유래가 없던 일로 농민단체들이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방출계획 수립의 출발점이 어디인지 밝히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 11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쌀 가격 안정화 조치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면서 연내 정부비축미 방출 계획을 밝혔다. 당초 정부는 5만톤가량의 2017년산 정부비축미를 풀 계획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당장’이 아닌 ‘연내’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이전 어떤 정부에서도 전례가 없던 ‘수확기 정부비축미 방출을 검토했다’는 것 자체부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는가 하면, ‘연내 방출계획’에 ‘대형유통업체와 오픈마켓 등을 통해 쌀을 할인판매 하겠다’는 계획이 덧붙여지면서 ‘무·배추에 이어 쌀까지 할인이나?’는 허탈감마저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올해 3차례에 걸쳐 이뤄진 2017년산 정부양곡 방출과정에서 농식품부가 농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방출을 추진했던 것과는 달리 농식품부가 아닌 다른 부처가 중심에서 논의를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농민들의 실망감과 배신감만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한국농축산연합회 등 주요 농민단체들에서는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수확기 정부양곡방출을 규탄하면서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한농연은 ‘쌀 수확기 구곡 방출은 그동안 어떤 정부도 하지 않던 일로 농민들은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9만톤 가량이 과잉생산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언제 쌀값이 하락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속한 시장격리를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양곡의 시장방출을 결정하는 것은 불통의 수준을 넘어 독선과 아집의 끝을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쌀전업농중앙연합회도 ‘이전 어떤 정부도 하지 않았던 수확기 구곡 방출이라는 미친 짓을 친(親) 농업을 표방한 현 정부가 자행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하는 한편, 청와대와 정부에 대해 ‘철회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농민집회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전농은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밥 한공기 300원 보장, 정부 공매계획 철회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수확기 방출계획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하면서 ‘껌 값보다 못한 쌀값으로 어떻게 농사를 지으란 말이냐’며 방출계획을 비판했다.

복수의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20년, 30년전 쌀값을 회복한 상황에서 그나마 올 수확기에 기대감을 걸고 있는 농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일이나 마찬가지며, 농업인의 날 행사를 앞두고 수확기 전례가 없는 정부재고양곡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자가 누군지 궁금하다”면서 “즉각적인 수확기 정부비축미 방출계획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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