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조영규 기자]

▲ 한국토양비료학회가 발족 50주년을 맞아 경북 경주의 더케이호텔에서 지난 25일 ‘토양건강-도전과 기회’란 주제로 국제 학술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지속가능한 삶 위한 필수조건
토양 가치 인식하고 지켜가야
직접 흙 만지는 토양교육 모색
글로벌토양정보시스템 구축을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선 식량안보가 수반돼야 한다. 식량안보가 지켜지려면 식량의 성장터인 ‘건강한 토양’이 필요하다. 토양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조건, 세계 국민들의 ‘관심’이며, 따라서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을 위한 토양교육과 함께 토양정보시스템의 거버넌스가 시급하다. 10월 25일, 한국토양비료학회가 발족 50주년을 맞이해 진행한 국제 학술심포지엄에서 제기된 내용이다. 이날 심포지엄은 경북 경주의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토양비료학회 심포지엄은 ‘토양건강-도전과 기회’란 주제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최우선 과제가 곧 ‘토양’을 건강하게 보존하는 것이란 당위성을 강조하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타카시 고사키 세계토양학회(IUSS) 회장은 “2012년 리우총회에서 유엔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로 17가지를 만들었고, 그 중에 15번째 목표가 라이프온랜드(Life On Land)로 육상 생태계의 보호·보전을 위한 것이며 여기에 ‘토양’이 포함돼 있다”며 “지속가능한 생명을 위해서는 토양건강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전 세계 농경지의 52%가 퇴화되고 있고, 이 토양과 관련된 인구는 15억명이며, 지금까지 사막화 등으로 인해 문제되고 있는 땅은 1200만㏊로, 분당 23㏊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인구 중 74%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카시 회장은 “그래서 토양을 회복하고 보전해야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국민들이 토양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 타카시 회장의 주장. 2015년에 유엔이 12월 5일을 ‘세계 토양의 날’로 지정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타카시 회장은 “일본의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어릴수록 토양을 알고 싶다고 얘기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알고 싶다는 비율이 줄었다”며 “18세쯤 되면 토양을 알고 싶지도, 만지도 싶지도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반인들 중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토양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 일본의 예를 들었다. 

‘빛나는 토양공’ 워크숍을 만들어서 토양을 빚는 놀이를 진행하고, 이동형 토양박물관인 ‘모바일토양뮤지엄’을 통해 일본 전역에서 직접 흙을 만질 수 있도록 하며, 흙을 주제로 한 교과서를 출간, 만화로 흥미를 끌어내고 있다는 것 등이다. 타카시 회장은 “IUSS는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토양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자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IUSS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24년까지 토양교육의 저변이 넓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의 로널드 배가스 국제토양파트너십 이니셔티브 사무국장도 같은 의견을 냈다. 배가스 사무국장은 “토지가 심하게 퇴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토지를 농지로 쓸 수 없게 돼 식량안보 위기는 더 심각해지는 만큼 더 많은 퇴화를 막고, 토양을 복원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개발의 중요한 목표”라며 “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토양의 공익적 기능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이런 기능을 사람들이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배가스 사무국장은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토양의 가치를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배가스 박사는 ‘토양정보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토양을 보전하기 위한 또다른 방안이다. 배가스 사무국장은 “글로벌토양파트너십을 통해서 전 세계 토양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각국의 토양정보를 첨단기술에 맞춰 첨단정보로 만들고, 이 데이터를 통합한 글로벌토양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그러나 모든 국가가 토양정보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각기 다른 분류법을 사용해서 측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영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장은 배거스 사무국장이 언급한 ‘토양정보시스템’의 국내 사례를 설명했다. 홍 과장은 “토양안보는 세계의 토양자원을 유지·강화함으로써 식량생산, 담수, 종다양성, 생태계를 유지하고, 인간 건강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토양환경정보시스템이 토양안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해석으로, 홍석영 과장은 “우리나라는 한국의 토양특성이 무엇이고, 토양의 물성이 시공간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중금속이 얼마나 함유돼 있는지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전국 농업기술센터가 수집하고,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토양환경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농업환경을 보전하고, 안전한 작물생산을 위한 국가적 기반”이라고 말했다.

홍 과장은 “웹기반 시비처방 시스템도 143개 작물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토양표본을 채취해서 농업기술센터에 보내면 이를 분석해서 시비처방을 내리며 이 처방은 국가토양정보에 누적된다”며 “이를 포함해서 토양 변화의 모니터링을 토대로 매핑을 하는 활동은 지속돼야 하며, 보다 환경의 지속가능성면에서 토양을 유지해나가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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