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 주요 과일 저장시기에 들리는 설 과일 가격 전망이 산지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최근 천안의 한 산지유통센터에서 배를 선별, 저장하고 있는 모습.

가을배추 조사결과 안나온데다
최근 배추가격 하락세 보여
산지 “소비 찬물 끼얹나” 분통
절임배추 사전예약판매 한창
‘유통업체만 좋은 일’ 시각도

일부는 석 달 남은 설 전망
과일값 급등 호들갑에
“재고 소진 여념 없는데” 한숨 


김장철 배추와 설 과일 등 아직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해당 시즌 주요 작목에 대한 가격 우려 전망이 퍼지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더욱이 해당 품목은 현재 가격이 높지도 않은 상황이고, 몇몇 품목은 재고 누적 및 가격 하락에 소비 촉진 행사까지 벌이고 있다.

보통 수능이 끝나고 난 뒤인 다음 달 중순 이후 본격화될 김장철에 진입도 하기 전에 김장철 배추 가격 급등 우려가 번지고 있다. 주요 요지는 지난 23일 한 지상파 뉴스에 보도된 ‘채소 가격 한주 새 12% 하락…, 김장철 배춧값 10% 오를 듯’에서도 볼 수 있듯 최근 배추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김장철에는 배추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주다.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엔 이런 식의 김장철 배추 가격 전망이 수십여 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근거는 유통업계 한 담당자의 익명 멘트 외에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배추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김장철 배추 가격을 전망하는 근거가 될 통계청의 가을배추 재배면적 조사 결과가 2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11월 채소 관측이 다음달 1일 나온다. 더욱이 절임배추 사전 예약 판매 기간을 맞은 유통업계에선 김장철 배추 가격 상승 전망이 나쁘지도 않다.

한 배추 산지유통인은 “현재가 절임배추 사전 예약 기간이다. 유통업계에선 당연히 김장철 배추 가격이 높다는 전망이 알려지면 (가격이 정해진) 절임배추 사전 예약 판매를 늘릴 수 있다”며 “그러나 김장철만을 기다리는 산지에선 이런 식의 보도는 소비에 찬물을 끼얹게 돼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김장철 배추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도 정말 언론에서 말하는 대란이라도 일으킬 정도의 상황이 될 수는 없다”며 “가뜩이나 김장철에 배추를 담그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데 배추 가격 상승 보도로 이를 확산시킬 필요야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아직 석 달도 넘게 남은 설 과일 가격 급등 전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도 익명의 유통업계 관계자 멘트를 인용, ‘날씨로 인해 내년 설 과일선물세트 가격이 크게 오를 전망’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산지에서의 과일 저장 시기에 나오는 설 가격 상승 전망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설 대목 물량 확보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석에 판매되지 못한 중소과 사과의 재고 누적에 따른 후지 가격 하락 예방을 위해 할인판매 행사를 지원’하는 등 과일업계에선 물량 부족이 아닌 재고 처리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더욱이 설 과일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 오히려 설 대목장에 물량이 집중 출하돼 설 대목장을 망칠 우려도 있다.

지역의 한 산지유통센터장은 “사과와 배 모두 이제 막 수확이 진행되거나 마무리돼 저장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으로 이 시점에 설 과일 가격이 급등한다는 식의 소식이 전해지면 산지에서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며 “극심한 작황 부진 속에서도 이번 추석에 과일 수급에 별 문제가 없었듯 내년 설에도 호들갑만 떨지 않으면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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