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한국식품연구원 박사

비만·당뇨·고혈압 등 생활습관성병 급증
질병 없이 ‘건강 100세’ 유지하려면
절제된 식생활·균형잡힌 영양 섭취 필수


올해 극심한 더위를 잘 견디고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결실의 계절 가을이 왔다. 산에는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자태를 뽐내고 들에는 온통 황금색 벼들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과수원에는 사과, 배, 감 등 온갖 과실들이 충실하게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정말 아름답고 풍요로운 계절이다.

사람들도 가을이면 청명한 날씨에 정신도 맑아지고 안정되며 입맛이 돋아나고 제철의 잘 익은 농산물들을 맘껏 섭취하면서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거나 더욱 강건하게 유지하게 된다.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 요소는 공기, 물, 식품이다. 물론 정신건강도 육체적 건강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유행하는 웰빙(well-being)이라는 말은 육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한 삶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 까지 누구나 다 무병장수의 건강한 삶을 원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의료여건이 좋아지면서 선진국 수준의 평균수명인 83세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평균수명이 길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래 산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정작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병장수, 즉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강수명이 길어지는 것이다. 건강수명의 연장을 위한 조건으로는 매우 여러 가지 사회적, 경제적 및 환경적 요인들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본고에서는 의식주 중에서 사람들의 건강유지에 가장 기본이 되는 식품의 섭취와 영양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과거에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는 식량의 부족과 빈곤층이 많아 영양결핍으로 인한 여러 가지의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과다한 영양섭취로 인한 비만, 당뇨, 고혈압 등등 여러 가지 생활습관성 병(성인병)에 걸려 고통을 겪는 경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식생활이 위생적으로나 영양적으로 현저하게 좋아지고 의료기술이 발달됨으로서 평균수명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특히, 의학적인 성과로는 항생제 발견 이후 대부분의 박테리아성 질환에 의한 사망이 급감하였으며, 심맥계 질환도 최근 식이요법이라든가 수술요법 등의 개발로 사망이 감소하고 있으나, 암으로 인한 사망은 서서히 증가하고 있고 아직 예방과 치료를 통한 극복을 위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질병에 걸리지 않고 생활하는 것인데 질병의 원인에는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이 있다. 그 외적 요인에는 세균, 비루스, 물리적, 화학적 요인 등이 있으며 내적 요인으로는 유전, 면역, 영양 등이 있다. 이들 중 인위적으로 개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결국 영양문제라 하겠다. 건전한 식품과 영양섭취를 통하여 건강한 신체를 유지한다면 면역도 영양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즉, 영양결핍이나 불균형적인 영양상태가 면역력의 약화를 가져와 우리의 몸은 여러가지 질병에 걸리기 쉽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질 좋은 식품을 섭취한다는 것은 바로 건강과 장수에 직결된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내과 권인순 교수는 한국의 10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국 장수인의 의학적 특성과 건강상태'를 분석한 결과 10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백세인은 남성과 여성이 1대6의 비율로 여성이 훨씬 많았다. 또 문맹률이 75%로 상당히 높았는데 여성의 경우는 85%나 됐다. 권 교수는 장수하는데 있어서 교육수준은 크게 중요치 않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또한 백세인들은 흡연율이 높지 않았으며, 비만한 경우도 거의 없었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백세인 남자의 35%, 여자의 25%는 독립적 일상생활활동이 가능할 정도로 신체기능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남자 백세인의 신체 조건이 여자 백세인보다 더 좋았다. 백세인의 치매 비율은 60% 정도로, 인지기능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에 속했으며, 고혈압과 당뇨병, 중풍, 암, 치매 등의 만성질환 빈도도 백세인이 일반 사람보다 매우 낮았다.

특히 심혈관계질환 위험 요인인 고혈압, 당뇨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높은 고지혈증, 비만과 복부 비만 비율, 신체 비활동 비율도 유의하게 낮았다고 했다. 이밖에 백세인 중에는 B형 간염균 보균자가 전혀 없었으며, 영양실조가 남녀 백세인의 상당 비율에서 관찰된 점도 특징이다. 영양실조 상태의 백세인이 많은 것은 절제된 식습관을 유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백세인 장수의 유전적 요인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처럼 100세 동안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 요소인 건전한 식품과 균형적인 영양 섭취는 적정량의 신선한 채소와 과일, 콩, 해조류, 버섯, 생선 등을 골고루 섭취하고 단맛이 너무 강하고, 짜고 자극성 있는 음식과 지방이 많은 음식 등은 피하는 식생활을 평생 동안 잘 지키면서 절제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 또한 평소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긍정적 태도를 갖고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적기에 예방주사를 맞아야 장수에 도움이 되며, 술과 담배는 멀리하는 게 좋다고 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가 건강수명 100세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기초는 건전한 농식품 섭취를 통한 균형적인 영양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좋은 결실의 계절에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신선하고 충실한 농산물들을 골고루 충분히 섭취하고 꾸준히 적당한 운동도 하면서 우리의 건강도 지키고 풍성한 수확을 위하여 구슬땀을 흘린 우리 농업인들의 노고도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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