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농민, 자신의 품목 박사
새 작물 심으면 잘 될 수 없어
기존 작물 경쟁력 갖게 도와야”


“대다수 농민은 자기가 짓고 있는 품목에선 박사입니다. 자꾸 새로운 작물을 심어보라고 하면 잘 될 수가 없습니다. 기존 농민들이 자연과 함께 수 십 년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경쟁력을 높이고 농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지요.”

지난 16일 본보 1일 명예편집국장을 지낸 최흥림 한농연장수군연합회장은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FTA(자유무역협정)나 수급조절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는 다른 작물을 심으라고 하지만 쉽게 바꿀 수 없는 것이 농사로, 기존 농민들이 그동안 키워온 작물을 더욱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얘기다.

전북 장수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최흥림 회장은 “과수원을 하다보면 하루 이틀 사이에도 방제시기를 놓쳐 하나도 수확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만큼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 농사인데 돈이 된다며, 혹은 수급조절이 안 된다며 다른 농사를 지어보라고 하는 것은 문제다”라고 말했다.

최흥림 회장은 “주변에서 인삼 농사를 해봐라 다른 작목을 해봐라 권유도 하지만 그렇게 해선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기존 농민들에게 더 나은 재배기술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지금 하고 있는 농사를 더욱 잘 짓게 하고, 더 이상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대한민국 농업의 경쟁력이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최 회장은 “정부 지원도 여러 품목에 걸쳐 이뤄지는데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다”며 “중복 지원을 줄이고 우리 농업이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농촌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귀농·귀촌과 청년농부 등 농정 당국이 새로운 정책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상대적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최흥림 회장은 “귀농·귀촌 정책은 있어도 원주민 정책은 없다”며 “이들이 농촌에 잘 정착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맞지만 원주민들의 생활환경은 신경 쓰지 않고 이들에게만 정책적 지원이 쏠린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1일 명예편집국장을 지낸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1일 명예편집국장을 지내보니 꼼짝없이 앉아 기사를 쓰고, 편집과 교정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 신문이 나오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신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신문사가 더욱 발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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