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인 ‘농민 조합원’과 거리
‘임직원의 조직’ 비난 자초
협동조합으로서 본질 회복 
제 역할 해낼 조합장 뽑아야


“농협은 누구 겁니까?”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정답은 ‘농민조합원’이다. 하지만 이것은 교과서의 정답일 뿐, 현실에선 “농협은 임직원의 것”이란 말을 한다. 농업이 몰락하고 농민이 줄어들어도 농협은 점점 커지고, 비민주적 운영으로 농민조합원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

농협은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자주적 협동조직’이다. 개방농정과 경쟁력 지상주의 농정으로 농업이 위기라 해도, 농민의 협동조합인 농협이 제 역할을 하면 농민 스스로 협동조합을 통해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농협개혁이 농정개혁만큼 중요한 이유다.

내년 3월13일 제2회 전국 동시 농축협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을 농민의 협동조합이란 본래의 역할로 바르게 이끌어갈 조합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농협 조합장은 농협을 대표하고 업무를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다. 현재 농협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조합장 한 명만 잘 뽑아도, 그 농협과 농민 조합원의 삶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합장 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만일 농협이 제 역할을 한다면 “농민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갈아엎는 일은 없을 것이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합리적인 가격에 안전하고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지역순환형 농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고, 농민의 소득, 문화, 복지 수준이 향상되어 농촌이 보다 살만한 공간으로 발전할 것이고, 정부가 농민의 이해에 반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함부로 수립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는 한농연, 전농, 지역재단을 비롯한 3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인 ‘좋은농협 만들기 운동본부’의 출범선언문에 있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농민의 삶은 쪼그라드는데 농협은 점점 거대해지고 있다”,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은 뒷전이고 손쉬운 돈 장사(은행)만 한다”, “협동조합이 아니라 협동공사다”라는 비판을 농협은 면치 못하고 있다.

농협은 조합원이 조합의 주인이고, 조합이 조합원의 총의에 따라 그 연합조직인 중앙회를 운영해야 하지만, ‘조합은 농민 위에, 중앙회는 조합 위에’ 군림하는 구조가 고착화 되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역대 정부마다 농협 개혁에 나섰지만 정부의 의지 부족과 임직원의 저항, 농민단체의 분열로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는 중앙회를 조합의 연합조직이 아닌, 지주회사화를 통해 주식회사 식으로 개편하고, 중앙회장을 대의원 간선제로 뽑으면서 조합원과 조합의 손에서 멀어졌다.

“조합원의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 확대 및 유통 원활화를 도모하며,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기술, 자금 및 정보 등을 제공하여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증대시키는” 농협법상 설립 목적은 실종된 것이다.

그렇지만 농민과 농협은 불가분의 관계다. 농업의 쇠퇴와 농민의 몰락 속에서 상당수 농촌지역 농협은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모두 위기에 처했고, 농민 조합원 없는 도시농협은 그 존재 이유를 의심받고 있다. 농민 조합원을 위해서나, 농협 조직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농협은 변해야만 한다.

지금은 농정개혁의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는 시간이고, 이번 3.13 선거는 농협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다. 조합장 선거는 농협이 농민의 협동조합으로서 본질을 회복하고 농민과 함께 농촌을 지키며,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첫 걸음이다. 한국농어민신문은 3.13 조합장 선거를 맞아 특별기획을 통해 조합장 선거의 의미, 개혁과제, 농협의 발전방향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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