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기 논설위원·친환경농축수산 유통정보센터장

 

철저하고 완벽을 기해야할 가축방역의 시기가 도래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만성 가축 전염병은 이제 축산업의 대표적인 골칫거리인 것을 떠나 경제·사회적 비용 부담, 나아가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존립과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어느때보다도 철저한 방역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올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에서 확산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정부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다소 과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방역대책으로 올해를 ‘가축 전염병 발생 없는 원년’을 만들 것을 표방하면서 지난달에 AI·구제역 방역 보완 방안을 발표했고, 지난 1일에는 ‘AI·구제역 방역대책 상황실’ 현판식을 갖고 내년 2월말까지 특별방역에 나섰다. 특별방역대책기간을 기존보다 3개월 축소한 반면 방역 취약지 관리를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내달부터 내년 2월까지 AI발생에 취약한 농장의 가금류 사육을 제한키로 했다. 사실상 작년에 실시했던 AI 휴지기제가 확대된 것이다. 

정부가 올해를 가축 전염병 없는 원년으로 표방한 것은 평창 올림픽이 열린 지난해 방역이 나름 성공했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했지만 강력한 초등대응으로 피해규모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특별방역대책 기간 동안 살처분 마릿수가 2014년 이후 2500만~3000만 마리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653만9000마리에 그쳤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차단이 불가능한 가축전염병은 결코 낙관할 수 없다. 외적 상황이 늘 변수가 작용해서다. 우선 해외에서 고병원성 AI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2일 현재 34개국에서 485건이 발생했으며, 혈청형도 H5, H5N1, H5N2, H5N6, H5N8, H7N3, H7NP 등 8종에 달한다. 더욱이 철새 번식지인 러시아에서는 AI가 예년보다 많이 발생했고,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내 야생철새와 가금농가, 전통시장 등에서 순환감염 중이던 3가지 바이러스가 재조합된 H5N6형 바이러스가 2016~2017년에 막대한 피해를 줬던 것이 단적인 사례다. 여기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펼쳐졌던 범 부처적 강력대응도 예년만 못하다.  

구제역 역시 기존의 O형과 A형 외에 새로운 유형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에 일단 발병하면 살처분 외엔 다른 방도가 없는 ASF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 여행객이 가져온 축산물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정부는 긴급히 긴급행동지침(SOP)을 마련했을 정도다.     

이렇다보니 지난 10일 치러진 농식품부 국감에서도 국회의원들의 질의와 질타가 잇따랐다. 방역정책 지자체 권한 강화에 따른 우려와 중앙정부 차원의 가축전염병 관리, 톨케이트 등에서의 방역체계 미흡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답변을 통해 “방역의 최종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오리휴지기제와 같은 방역사무가 지방으로 넘겨져 있어 이의 적정성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밖에 방역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용할 수 있도록 실행력을 높이는 방안, 지자체의 방역인력 확대 등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정부가 이 모든 것들을 관리하는 것 자체가 한계다. 아무리 좋은 방역대책을 내놓아도 농민과 국민이 따르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이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농가, 국민들이 함께 더불어 참여하고 실행할 때 더 완벽한 방어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 가축질병이 발생하면 1차 피해는 고소란히 농민의 몫인 만큼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농민의 의식전환도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올해도 자칫 가축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국내 축산업은 큰 치명타를 입게 된다. 축산업에 대한 비판적인 프레임 확산으로 소비감소 등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 이미 고령화와 후계농 부족으로 축산농가의 감소세가 가속화되고, 국산 축산물 자급율도 갈수록 낮아지는 위기상황에서 분명 엎친데 겹친격이 될 것이 뻔하다. 

축산업이 지속가능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재도약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가축 전염병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방역은 제2의 국방이며 국내 축산업의 존립과 연계돼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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