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은 흙과 씨앗, 가축과 미생물 등 생태계와 함께하고, 공동체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노동하는 일이다.

옛날에는 농사짓는 방법이 특별히 구분되지 않았다. 녹색혁명(비료와 농약 투여농의 시작) 이후로, 관행농업과 친환경농업이 구별되기 시작했다. 관행농업과 친환경농업 모두 수확량 증진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투자농이라는 사실에서는 공통점을 갖는다. 하지만 관행농업은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농사를 짓는다면, 친환경농업(유기농)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농약 잔류성분이 남게 되면, 농지가 산성화, 질소과다화, 오염화될 수 있다. 이러한 생태계 파괴를 방지하고자 하는 농업이, 바로 친환경 농업이다. 친환경 농업은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억제하여,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파괴하는 일을 멈추고자 한다.

하지만 생태계 보호라는 긍정적 가치를 가진 친환경농업에도 문제점은 있다. 바로 가격과 판로의 문제다. 예를 들어, 관행농업은 화학비료와 일반농약을 쓰면서 일반 비닐멀칭을 하지만, 친환경농업 유기비료와 친환경농약을 쓰고 분해성멀칭을 사용한다. 이렇듯, 관행농업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이 가능하지만, 친환경농업은 상대적으로 더 비싼 것들을 사용하게 된다. 이로 인해 관행농업은 일반유통을 통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유기농은 친환경 매장과 같은 특별한 매장을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게 된다. 이렇게 가격경쟁에 불리하고, 판로가 한정된다는 문제 때문에 결국 많은 농민들이 관행농업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생태계파괴가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당장의 수익 역시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필수적 사명이다. 이를 위해 나는 비투자농을 권유하고 싶다. 비투자농이란, 노동력과 농기구 등 절대적 필요 외에 당장 수확을 높이기 위해 자본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오직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순리적 농사다. 즉 친환경 (비료ㆍ농약ㆍ비닐 등)적 투자조차 거부하면서 흙이 스스로 비옥해질 수 있는 방법을 자연에서 찾아 활용하는 농업을 비투자농이라고 한다. 비투자농의 단점은 규모농이 불가능하고, 땅이 비옥해질 때까지 오랜 세월동안 수확량이 적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이 인류의 참 행복을 보장받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첫째, 한 농가가 1만평(10만평) 이상을 자연농(비투자농)으로 할 수 없으니 농가 수가 늘어야 한다. 이는 공동체 형성으로 이어진다. 둘째, 해가 거듭될수록 생태계는 살아나고 농지는 비옥해질 것이며 이는건강한 농산물의 생산과 수확량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비투자농은 투자농의 수확량을 따라잡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셋째, 인류에게 건강한 자연먹거리 권리와 환경생존권을 지켜가면서, 농민은 자본의 노예가 아닌 지구 지킴이로서 무한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농민들을 만나서 친환경농업을 권하면 “비료와 농약 없이 농사지으면 2배출(200평당 쌀2가마)이고, 녹색혁명으로 4배출을 얻게 되는데 후퇴하라는 것이냐?”는 반응이 나온다. 나는 이렇게 반론을 펼친다. “당신이 10년 이상 흙을 사랑하고 생태계를 살려보았는가?. 10~20년 이상 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연농을 한 결과들이 현재 수확량들로 입증되고 있네”. 이러한 나의 의견에 공감을 하는 이들도 많지만 때론 당장의 경제적인 이유로 거부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분명히 희망은 있다. 세계 곳곳에서 자연농을 실현하는 농민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세계 석학들도 ‘인류의 미래는 소규모, 자연농, 토종종자농’이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훈 들빛농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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