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개호 장관 “2020년 시행 목표”
환경보전 의무에 기본지급금 지급
변동직불금, 고정직불금으로 전환
역진적 단가체계 도입 검토


정부의 농업직불제 개편 ‘아웃-라인’이 공개됐다. 지난 10일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이 2020년 시행을 목표로 직불제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개편 방향을 정하고, 예산반영은 내년에 한다는 것이다. 

이개호 장관은 국감에서 “쌀 생산과의 연계성을 완화하기 위해서 변동직불을 고정직불화 하고, 역진적 단가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행 쌀 목표가격과 연계해서 쌀 농가의 소득보전을 목적으로 운용되는 변동직불금을 고정직불금으로 전환하고, 면적이 적은 농가에게는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개호 장관은 “쌀 중심, 대농 중심의 직불제를 개편해서 공익형으로 바꿔가자는 것”이라면서 “환경보전의 의무를 주고, 기본지급금을 주자는 것이 기본 방안”이라고 개편될 농업직불제의 골격을 언급하기도 했다.

시행 로드맵도 공개됐다. 이개호 장관은 “올해 말까지 방향을 정하고, 내년 상반기에 정책화까지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이어 “내년 하반기 제도정비와 함께 예산까지 반영해서 2020년에는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정부안도 이미 마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개호 장관은 이에 대해 “9월에 안이 마련이 됐는데, 공익형을 중심으로 다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오는 17일 직불제 개편과 관련된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추진계획이라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직불제 개편은 논란 속에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10일 국감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정부와 같은 의견을 제기하고 나선 상황인데, 쌀전업농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10일 농식품부 국감에서 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은 “1ha 미만 소유 농가는 전체 농가 중 71.6%에 달하지만 직불금은 평균 40만원인 반면, 2ha 이상 소유 농가는 11.8%에 불과하지만 평균 직불금은 440만원에 달한다”고 했고, 정운천 바른미래당(전주을) 의원도 “전체 농가의 45%가 넘는 경지 0.5ha 미만 소농의 평균 수령액은 고정직불금 27만3000원· 변동직불금 21만8000원인 반면, 전체 농가의 12%인 경지 2ha 이상 농가가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 지급액 절반을 타갔다”고 했다.

하지만 단위면적당 쌀 순수익이 터무니 없이 낮다는 점과 변동직불을 고정직불화 할 경우 쌀 농가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사라진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017년산을 기준으로 통계청이 작성한 쌀 생산비조사결과에서 10a당 순수익은 28만3179원. 1ha(3000평)이면 283만원가량, 2ha(6000평)여도 600만원이 채 못된다. 전업농 육성 규모인 6ha(1만8000평)을 가정하더라도 1699만원가량에 불과하다.

특히 장관이 밝힌 로드맵대로라면 예산 논의는 내년 하반기로 미뤄지는데, 이때 예산추가확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직불제 개편이 농업계 내부 ‘제로섬게임’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추가 예산확보가 없다면 현재로서 유력한 방안은 최근 5년간 지급된 고정·변동직불금 수준일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이렇게 예산이 확정된다면 결국 ‘누가 더 가져갈 것이냐’는 식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의 기본입장이 변동직불금을 없애 고정직불금으로 통합해서 면적이 많은 경우 지금보다 덜 주고 소면적은 더 주겠다는 것인데, 1ha를 농사를 짓는다고 소득이 적고 6ha 농사를 짓는다고 소득이 많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또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인데 쌀값이 폭락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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