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소비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소비 정점에 도달할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 추세라면 당분간 증가세는 분명해 보인다. 축산물 소비 증가에 힘입어 농업생산액에서 축산물 비중도 40%를 넘어섰다. 축산물을 뭉쳐 놓고 보면 식품시장에서 성장하는 몇 안 되는 품목인 것이다.

축산물은 이런 시장 상황에 공급에서부터 소비까지 매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산과 수입산이 경합하고 같은 상품군에서도 무수히 많은 공급자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축산물 시장에서 외국산이 소비 증가부분을 차지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쇠고기, 우유 등 유제품의 국내 자급률은 하락하고, 돼지고기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등과 같이 수입산의 틈새시장 마케팅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산 프리미엄이 약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축산물 원산지에 대한 인식이 무뎌지고 있는 것도 다수의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입패턴 조사 중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결과가 나왔다. 소득이 높은 가구에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됐던 한우고기의 구입패턴을 보니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농촌진흥청의 ‘2018 농식품 소비트렌드 분석’ 결과였다. 이 연구는 농촌진흥청의 소비자패널 장바구니 영수증을 모두 모아 분석한 결과기 때문에 일반 설문조사에 비해 정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쇠고기에 대한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국내산과 수입산 그리고 가공품을 포함한 쇠고기의 연간 평균 구입액은 2010년 24만4804원에서 2017년 32만1394원으로 늘었다. 국내산의 경우 같은 기간 18만1378원에서 21만1785원으로 증가했고, 수입산도 4만977원에서 7만871원으로 상승했다. 연도별 쇠고기 가격 등락이 있지만 구매를 늘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소득 수준별로 자세하게 들여 보면 일반적으로 인식됐던 것이 아닌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산 쇠고기의 구입액은 고소득 계층에서는 감소 추세인 반면 저소득에서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입산의 구입액은 저소득, 중소득, 고소득 모든 계층에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 같은 쇠고기 구입패턴의 변화는 앞으로 축산업계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향을 설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축산물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한 축산업에 좌표를 찍는 정책과 보다 축산업계의 다부진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병성 기자·축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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