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둔 배추값이 맥을 못 추고 있다. 9월 배추가격이 1만3000원대(10kg)에 달할 것이라는 농경연 농업관측본부의 전망이 무색하게 현재 가락시장 배추 도매가격은 9000원대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상품성 회복과 물량 증가의 영향도 없지 않지만 가장 큰 원인은 소비 부진 탓이고, 이렇게 된 데는 언론의 선정적인 가격전망 보도가 큰 몫을 했다는 게 산지와 시장 관계자의 분석이다.

지난 두 달 간 일간지를 비롯 주요 방송매체에서는 추석 무렵 배추가 품귀 현상을 보이고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지속적으로 쏟아냈다. 산지에서는 강릉 안반데기 등 완전 고랭지 물량의 경우 폭염 피해가 거의 없었고, 관수시설도 잘 돼 있어 생육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거듭 신호를 보냈지만 아랑곳없이 ‘배추 대란’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배추나 무의 가중치는 커피나 휴대폰요금에 비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채소 값이 올라도 가정에서 한 달 동안 채소 구입을 위해 추가로 지출하는 비용은 커피 두 잔 값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물가안정에만 비중을 두는 정부도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연일 현장을 찾아 폭염피해 상황과 농작물 작황을 점검하는 등 추석 성수기간 수급여건을 체크했지만, 폭염으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은 없었다.

이제 섣부른 농산물 가격 급등 보도는 제발 그만두기 바란다. 정부도 이런 보도가 나오지 않게 농산물 가격 정보를 균형 있게 제공해야 한다. 언론이 선정적인 보도를 이어갈수록 소비자들은 지레 지갑을 닫는다. 가뜩이나 여름철 폭염 속에 고생한 농민들을 두 번 울려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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