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10kg 상품 도매가 8085원
평년 시세 9950원에 못미쳐
농경연 관측본부 9월 전망 
1만3000원 내외와는 차이 더 커

두 달 넘게 ‘추석 품귀’ 떠든 언론
배추 소비 줄어들도록 부추겨
폭염에 생산비용도 늘어 ‘이중고’
"섣부른 농산물 전망 자제해야"


“두 달 넘게 너나 할 것 없이 추석에 배추 품귀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떠드는데 누가 김치를 담겠습니까.”

여름철부터 지루하게 이어온 ‘추석 대목 배추가격 급등 우려’가 결국 설레발로 끝나고 있고, 이에 대한 피해를 산지와 시장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산지와 시장에선 추석 대목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신호를 계속 내보였지만 다수 매체와 기관에서 기록적인 폭염으로, 그것도 배추 소비 비수기인 여름에 일시적으로 가격이 높았던 것을 추석까지 확대 해석해 대목장 소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추석 전주 첫 경매일이자 단대목이었던 17일 가락시장에서 배추 10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8085원, 18일엔 8933원이 나왔다. 9월 초순 1만원 내외를 오가던 시세가 단대목으로 가면서 더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9월 평균 도매가격 기준 2016년엔 1만8910원, 2017년엔 1만4470원에 시세가 형성됐었다. 세월호 사고에 따른 국민적 아픔에 9월 초순에 추석이 있어 전반적인 9월 소비가 침체됐던 2014년과 메르스로 인해 역시 소비가 지지부진했던 2015년이 포함된 평년 시세(9950원)보다도 못한 가격대가 나오고 있다.

최근의 시세는 9월 들어서며 나왔던 시세 전망보다도 한참 못 미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지난 3일 엽근채소 관측 결과를 발표하며 9월 배추가격을 1만3000원 내외로 내다봤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시장에선 상품성 회복 등 여러 이유를 들지만 무엇보다 추석에 김치를 담지 않기 때문이고, 이를 부채질한 게 시세에 대한 편향된 여론 동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이번 추석 대목 배추를 중심으로 한 채소 시세 전망은 유독 지루하게 이어졌다. ‘타들어가는 배추…속 타는 소비자, 벌써 추석상 걱정(A일간지 8월 4일 보도)’ 등 여름철부터 ‘추석까지 배추 품귀…대형마트도 속수무책(B공중파 9월 7일 보도)’ 등 추석 대목에 들어서고 나서도 그 어느 해보다 추석 농산물 물가 동향이 길고도 집중적으로 계속됐다.

도매시장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못한 시세 하락엔 날씨 회복에 따른 상품성 회복 및 물량 증가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소비가 되지 않는 게 크다”며 “여름철부터 두 달 넘게 지속적으로 추석에 배추가 품귀 현상을 보이고,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하는 데 배추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산지에서의 답답함은 가중되고 있다. 현재 출하되는 배추의 주 생육기였던 여름철 폭염 속에 예년보다 생산비용이 더 투입된 상황에 최근의 낮은 배추가격으로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산지유통인은 “강릉 안반데기 등 완전고랭지 물량은 폭염 피해가 거의 없었고, 관수시설도 잘 돼 있어 생육에 크게 문제가 없었다. 이를 바탕으로 추석에 배추 수급에 지장이 없을 것이란 신호를 여름철부터 계속적으로 내보였는데 (이를 무시하고) 추석에 배추 대란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며 “가뜩이나 추석에 김치를 담거나 배추를 구매하는 소비 행태가 줄어들고 있는데 배추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소식에 누가 김치를 담겠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산지 관계자는 “생산비가 늘어나고 밤에 물을 주는 등 여름철 고생한 대가가 낮은 가격으로 돌아왔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에서 적극 나서서 적어도 추석이나 설 대목만이라도 섣부른 농산물 전망은 자제토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8일 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배추 등 추석 물가 점검 차 가락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내 대표 배추 전문 취급 도매법인인 대아청과는 추석 이후 배추 전망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추석 이후 출하가 지연됐던 고랭지 물량이 지속 혼재 출하될 것으로 예상돼 생산량은 점차 증가하는 반면, 소비는 위축돼 배추 시세는 내림세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치공장 저장물량 소진에 따른 수요 증가로 하락폭은 완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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