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은 양분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 그래서 밥, 국, 발효식품, 채소, 생선, 고기, 무침 등이 골고루 차려 있는 밥상이 건강식이다. 이 원리는 사람 뿐만 아니라 식물에도 똑같다. 정부의 비료 지원정책도 작물에게 건강한 밥상을 차려준다는 생각으로 계획하고 추진해야 한다.

무기질비료는 질소, 인산, 칼리 등 영양에 초점을 맞춘 비료다. 즉, 음식으로 얘기하면 영양분이 많은 고기와 같다. 유기질비료, 퇴비는 식물양분보다는 토양환경을 좋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음식의 채소와 같이 위와 장을 건강하게 한다. 그래서 모든 나라의 비료 정책은 무기질비료와 유기질비료를 균형있게 사용하는 정책을 유지한다.

그동안 정부의 비료 지원정책은 편식을 하는 밥상처럼 편향돼 있었다. 2000년대 초까지 50여 년 동안 무기질비료 지원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유기질비료, 퇴비를 홀대했다. 50년 동안 지원한 예산이 2.5조원이 넘는다.

2000년대 이후에는 유기질비료, 퇴비지원정책으로 바뀌고 무기질비료는 척결해야 되는 대상으로 정책을 바꿨다. 20년 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예산이 3조원이 넘는다.

통계를 보면, 얼마나 편향된 비료 지원정책인지 한 눈에 들어온다. 1995년도에 무기질비료는 2백만톤 이상 사용했다. 지금은 1/2로 줄어들어 1백만톤 정도 사용한다. 유기질비료, 퇴비는 1995년도에 불과 30만톤이 조금 넘었는데, 정부 지원정책에 힘입어 2017년도에는 5백만톤 가까이 사용했다. 연간 사용하는 퇴비를 일렬로 나열하면 20만㎞나 된다. 지구 5바퀴를 돌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얼마 전부터는 퇴비제조에 음식물류 폐기물을 혼합할 수 있도록 비료공정규격을 개정했다. 음식물류 폐기물은 식물에 필요한 양분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제염과정을 거치고 가축분과 혼합하여 부숙시키면 큰 흠을 잡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생물의 입장에서 보면, 가축분과 음식물류 폐기물은 전혀 다르다. 가축분은 배설되자마자 발효 미생물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부숙돼 토양과 작물에 좋은 성분을 만들어낸다. 음식물류 폐기물은 발효보다는 부패 미생물이 활동하기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 썩는다. 과다한 염분은 시설재배 토양에 치명적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환경부가 처리해야 되는 골치 덩어리를 농식품부가 아까운 예산을 지원하며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물류 폐기물은 한국가스기술공사가 추진하는 것처럼 바이오가스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OECD 국가의 정책이다.

무기질비료와 유기질비료, 퇴비는 서로 보완적이어야 한다. 토양환경을 개선하고 떼알구조를 만들고 토양 미생물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유기질비료, 퇴비의 역할이고 기능이다. 무기질비료는 질소, 인산, 칼리 외에 칼슘, 마그네슘, 황, 붕소 함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엽면시비를 주로 하는 칼슘은 과일의 경도와 저장성을 높이고 고추의 탄저병 예방에도 좋다. 과일의 당도를 높이려면 마그네슘이 있는 비료를 사용해야 한다. 엽채류와 과일의 맛, 향, 색깔은 황이 갖고 있는 고유의 기능이다. 붕소는 과일의 크기와 모양을 좋게 한다.

결국, 토양 물리성과 미생물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유기질, 퇴비의 기능이고 생산량과 품질을 높이는 것은 무기질비료의 역할이다. 그러면 답은 간단하다. 농업인이 유기질비료, 퇴비나 무기질비료를 균형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비료 지원정책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제주대 현해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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