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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도 갈등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마을 유지하려면 외부인 유입 불가피
원주민-이주민간 갈등 사례 늘 것
갈등 예방·해결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얼마 전 8월 하순에 봉화에서 엽기적인 총기 살해사건이 있었다. 언론에서 주로 ‘봉화엽총난사사건’ 이라고 하는 끔찍한 사건이 터졌다. 귀농인, 공무원의 억울한 죽음, 계획적 범죄, 폭염과 물 부족이 낳은 갈등 등 사건의 발생과 결과에 대해 보도하였다. 이 사건은 어떤 지역에서 우연히 더위가 낳은 자제력 상실 사건이었을까?

갈등은 어느 사회에나 있고 갈등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왕왕 있다. 도시의 대표적인 갈등은 아파트의 층간 소음문제이다. 층간 소음으로 인해 인명사고가 난 뒤 층간소음문제가 사고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규제도 하고 계몽도 한다. 엘리베이터의 게시판에는 수시로 뛰지 말라, 심야에 못을 박거나 세탁기, 운동기구 사용 등을 자제해 달라는 공고가 붙는다.

농촌 갈등은 소위 귀농이라는 사회적 현상이 있기 전에도 있었다. 동네 사람들 사이에 사소한 문제로 다툼이 있기도 하고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을 소외시키고 신고식을 치르게도 하며 텃세를 부렸다. 필자가 봉화 사건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런 비슷한 갈등이 계속해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이다.

우리 농촌은 초고령화와 무출생으로 소멸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출산으로 주민 수가 유지되는 건 이제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저마다 주민 수를 유지하기 위해 귀농귀촌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럼에도 인구는 계속 줄어들어 전국 대부분의 군지역은 소멸 위험지역이 되었다(한국고용정보원 7월 발표). 소멸위험지역은 20세~39세의 가임여성인구가 65세 고령인구 수의 절반이하인 지역으로 이들 군 지역 중 11개 군은 가임여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0.2이하인 소멸고위험지역이다. 며칠 전 농식품문화정보원이 공모한 ‘도시민유치 지원사업’에 응모한 지자체가 40개가 넘었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함이 드러나는 사례일 것이다.

농촌 마을의 고령농민들이 그나마 마을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10년 남짓이다. 아직은 이 분들이 살아계셔서 농촌마을이 유지되고 있다. 이제 이 정도 수준이라도 우리 농촌을, 지방을 유지하려면 외부인이 들어와야 한다.

우리 농촌의 향후 10년은 대부분의 마을에서 이주민의 구성이 더 많아지는 빠른 변화의 시기가 될 것이다. 그 10년 동안 지역의 토박이 원주민과 외부 유입 이주민 사이에 매끄러운 인간관계가 이루어져야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농촌 마을 곳곳에 잠재되어 있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구조와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이주민들은 마을 원주민들이 누대에 걸쳐 쌓아놓은 지역 공동체, 문화, 역사 속에 편입되어 들어가는 것이다. 그들이 쌓아놓은 마을이라는 공간에 들어갈 때 겸허한 마음으로 그들이 지켜온 것을 존중하여야 한다. 우리 농촌에는 수백, 수 천년동안 대를 이어서 부모가 자식에게 일과 마을과 관계를 넘겨왔고 이렇게 이어온 마지막 세대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부모로부터 현재의 삶을 이어받았지만 이제 더 이상 넘겨줄 다음 세대가 없다. 외롭고 쓸쓸한 노년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 이주민들은 그들의 자식이 되고 친구가 되어 남은 인생을 함께 살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원주민들도 마을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폭 넒고 정 깊은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 원주민들은 이주민들에게 더 이상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식의 적대적 감정이나 ‘보조금 킬러’ 등의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 소위 ‘텃세’가 우리 마을이나 나를 지켜내는 것도 아니고 나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도 아니다. 우리 마을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마을의 내일을 지켜낼 사람들이니 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영농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도시에서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갈등 관리사’라는 과정을 설치하여 도시에서 일어나는 각종 갈등을 해결하고 있다. 층간 소음, 애완 동물, 도로와 주차문제 등 다양한 갈등을 사전에 인지하여 예방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다.

우리 농촌에도 인구구성의 급격한 변화로 나타나는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소외되지 않고 공동체에 편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갈등관리시스템’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마을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지역농협이 이 변화의 중심에서 그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 면사무소와 마을운영위원장과 보건진료소, 지역농협이 지역갈등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마을 주민들이 겪는 관계의 불편함을 인지하여 해결의 중재자가 되고 이주민들을 파악하여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불편요소들을 파악하여 제거하도록 노력한다면 좀 더 매끄러운 농촌이주가 되지 않을까?

청년창업농 지원도 필요하고, 도시민유치 지원사업도 해야겠지만 농촌 내에 잠재해있는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갈등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 귀농교육을 담당하는 기관들도 영농 기술 교육이나 농지구입방법 같은 수단(노하우) 전달 교육을 넘어서 갈등문제와 해결사례, 귀농귀촌인의 자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기를 바란다. 우리 농촌에서 다시는 모진 마음을 결행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농협 조합장들과 지자체장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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