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배 출하 한달 가량 늦어져
초반 햇배 가격 형성 발목
이달 중순부터 반등세 전환
상품성 안좋은 물량 출하 자제
즙 이외 가공용 활용 늘려야
생산량 급감에도 침체됐던 햇배 시세가 8월 중순을 기점으로 드디어 반등하고 있다. 예년보다 길게 이어졌던 저장 배 출하가 마무리되자 시세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 배 산지와 시장에선 저장 배가 마무리되고 햇배 출하가 시작되는 현 시점에 ‘저장 배’와 ‘가공용 배’에 대한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출하가 늦어지는 저장 배=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8월에 주 출하되는 햇배인 원황 배의 8월 출하량이 생산량 감소로 전년 대비 6% 줄어드는 반면 당도는 전년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럼에도 원황 배 초반 시세는 이례적으로 낮게 형성됐었다. 가락시장에서 8월 6일부터 가격 집계가 잡힌 원황 배의 첫 주(6~11일) 시세는 15kg 상품 평균 3만1900원에 불과했다. 올해보다 출하량이 6%나 많았던 지난해 같은 시기(7~12일)엔 4만1500원의 시세가 나왔고, 평년 8월의 평균 도매가격도 3만7700원이었다.
낮게 시작됐던 올해 산 햇배 시세는 출하 둘째 주(13~18일) 3만7316원으로 반등했고, 셋째 주에 들어서도 21일 3만8614원, 22일 3만6613원 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햇배는 통상 8월 초가 중순 이후보다 시세가 더 높게 나오지만 올해는 이 같은 현상이 역전된 것. 실제 지난해에도 8월 초엔 4만원, 중순엔 3만원 중반, 하순엔 3만원 초반대의 시세가 나왔었다.
시장에선 저장 배 출하가 늦어진 게 햇배 소비와 시세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가락시장의 박상혁 서울청과 경매차장은 “8월 중순을 기해 저장 배 출하가 사실상 끝났다. 묵은 배 시세가 좋지 않으니 초반 햇배 시세에도 영향을 줬다”며 “올해 들어 계속해서 배 시세가 좋지 못해 저장을 길게 가져간 곳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갑석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부장도 “올해 원황 배가 작년에 비해 맛이 좋은 반면 생산량은 감소해 시세가 좋게 나와야됐지만 올해 저장 배 출하가 평년보다 한 달가량 늦게까지 이어져 햇배 시장에 좋지 않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산지에서는 저장 배에 대한 문제와 함께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준 웰빙나주배농원 대표는 “길어지는 저장 배 출하가 배 소비엔 엄청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저장 배의 맛이 최상으로 유지되고, 햇배 나오는 시점도 고려하면 저장 이후 6개월까지는 저장 배 출하를 마무리해야 한다. 10월에서 11월 중에 저장에 들어가니 3~4월이면 재고 정리가 돼야 배 소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물량이 늘어나는 가공용 배=저장 배 문제와 함께 올해엔 가공용 배에 대한 관심도 제기되고 있다. 워낙 작황이 좋지 못해 상품성이 떨어진 물량이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준 대표는 “작황이 상당히 나쁘고, 착과가 안 되는 등 산지에선 40% 정도가 상품성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올해 가공용 물량이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 가공용은 현재 즙 위주인데 이 이외에도 가공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배 가공 상품에 대한 홍보도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장에서도 적어도 가공용 등 상품성이 떨어지는 물량은 시장에 출하가 자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김갑석 경매부장은 “올해 배 당도가 괜찮고, 물량은 적어 소비와 시세 모두 괜찮을 수 있지만, 이러기 위해선 상품성이 떨어지고 맛이 없는 물량의 시장 출하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 기자명 김경욱 기자
- 승인 2018.08.24 14:03
- 신문 3036호(2018.08.28)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