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배 시장엔 저장배가 마무리되고 햇배 출하가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전 가락시장에서 햇배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저장배 출하 한달 가량 늦어져
초반 햇배 가격 형성 발목
이달 중순부터 반등세 전환

상품성 안좋은 물량 출하 자제
즙 이외 가공용 활용 늘려야


생산량 급감에도 침체됐던 햇배 시세가 8월 중순을 기점으로 드디어 반등하고 있다. 예년보다 길게 이어졌던 저장 배 출하가 마무리되자 시세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 배 산지와 시장에선 저장 배가 마무리되고 햇배 출하가 시작되는 현 시점에 ‘저장 배’와 ‘가공용 배’에 대한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출하가 늦어지는 저장 배=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8월에 주 출하되는 햇배인 원황 배의 8월 출하량이 생산량 감소로 전년 대비 6% 줄어드는 반면 당도는 전년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럼에도 원황 배 초반 시세는 이례적으로 낮게 형성됐었다. 가락시장에서 8월 6일부터 가격 집계가 잡힌 원황 배의 첫 주(6~11일) 시세는 15kg 상품 평균 3만1900원에 불과했다. 올해보다 출하량이 6%나 많았던 지난해 같은 시기(7~12일)엔 4만1500원의 시세가 나왔고, 평년 8월의 평균 도매가격도 3만7700원이었다.

낮게 시작됐던 올해 산 햇배 시세는 출하 둘째 주(13~18일) 3만7316원으로 반등했고, 셋째 주에 들어서도 21일 3만8614원, 22일 3만6613원 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햇배는 통상 8월 초가 중순 이후보다 시세가 더 높게 나오지만 올해는 이 같은 현상이 역전된 것. 실제 지난해에도 8월 초엔 4만원, 중순엔 3만원 중반, 하순엔 3만원 초반대의 시세가 나왔었다.

시장에선 저장 배 출하가 늦어진 게 햇배 소비와 시세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가락시장의 박상혁 서울청과 경매차장은 “8월 중순을 기해 저장 배 출하가 사실상 끝났다. 묵은 배 시세가 좋지 않으니 초반 햇배 시세에도 영향을 줬다”며 “올해 들어 계속해서 배 시세가 좋지 못해 저장을 길게 가져간 곳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갑석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부장도 “올해 원황 배가 작년에 비해 맛이 좋은 반면 생산량은 감소해 시세가 좋게 나와야됐지만 올해 저장 배 출하가 평년보다 한 달가량 늦게까지 이어져 햇배 시장에 좋지 않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산지에서는 저장 배에 대한 문제와 함께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준 웰빙나주배농원 대표는 “길어지는 저장 배 출하가 배 소비엔 엄청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저장 배의 맛이 최상으로 유지되고, 햇배 나오는 시점도 고려하면 저장 이후 6개월까지는 저장 배 출하를 마무리해야 한다. 10월에서 11월 중에 저장에 들어가니 3~4월이면 재고 정리가 돼야 배 소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물량이 늘어나는 가공용 배=저장 배 문제와 함께 올해엔 가공용 배에 대한 관심도 제기되고 있다. 워낙 작황이 좋지 못해 상품성이 떨어진 물량이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준 대표는 “작황이 상당히 나쁘고, 착과가 안 되는 등 산지에선 40% 정도가 상품성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올해 가공용 물량이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 가공용은 현재 즙 위주인데 이 이외에도 가공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배 가공 상품에 대한 홍보도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장에서도 적어도 가공용 등 상품성이 떨어지는 물량은 시장에 출하가 자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김갑석 경매부장은 “올해 배 당도가 괜찮고, 물량은 적어 소비와 시세 모두 괜찮을 수 있지만, 이러기 위해선 상품성이 떨어지고 맛이 없는 물량의 시장 출하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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