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 연풍면 일대

▲ 강만수씨(가명) 농장의 사과가 일소 피해로 노란색을 띠고 있다.

햇빛에 노랗게 변한 색깔
과 크기도 너무 작아
정상과 30% 정도 불과
재해보험 특약도 가입 안해
추석 앞둔 농민들 한숨


16일, 충북 괴산군 연풍면 강만수씨(가명) 농장. 강씨는 홍로와 자홍(홍로계통으로 수확이 1주일 정도 빠름)을 재배하고 있다. 나무에 달려있는 자홍 대부분의 색이 노란색이다. 사과 일부분이 노란 것도 있고 과 전체가 노랗게 익어가는 것도 있다. 일소 피해를 받은 과실들이다. 정상적이라면 전체가 녹색을 띠고 일부가 붉은 색을 띠어야 하는 것들이다.

“여기 보세요. 빨간색이 없잖아요. 이맘때쯤이면 불긋불긋해지면서 색이 나야 할 시긴데 노랗게 변했잖아요. 햇빛이 워낙 강하니까 데친 것처럼 변한 거예요. 거의 다가 그래요.”

강씨는 작년 8월19일에 자홍 첫 수확을 했다. 올해는 이보다 최소 1주일은 늦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색이 안나니 수확을 못하지요. 자홍이나 홍로나 빨갛게 익어야 수확을 하는데 붉은 끼가 아예 없으니 언제쯤 수확할지 예측하기도 힘들어요.”

홍로는 열흘 이상 늦을 것 같다고 한다. 그나마 수확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한다. “홍로는 색을 내기 위해 수확 전에 잎을 따요. 정상적이라면 지금쯤 잎 작업이 끝날 시기예요. 그런데 잎을 하나도 못 따고 있어요. 가뜩이나 뜨거운데 잎까지 따면 다 익어버릴까봐 놔두는 겁니다.”

일소 피해를 입은 과는 대략 70% 정도. 한 주에 100개가 달렸다고 가정하면 70개가 누렇게 익은 것이다. 강씨와 이웃간인 양길석씨(가명)는 “30% 정도가 정상인데 이게 수확 때까지 제대로 성장을 할지도 걱정입니다. 누렇게 익은 게 하나 둘씩 자꾸 떨어져요. 9월5일까지는 버텨줘야 색도 정상으로 나고 과일도 커지거든요.”

홍로의 경우 평년 같으면 8월25일께 시작해 추석 1주일 전까지 수확을 한다. 그러나 올해는 색이 안나 최소 9월5일께나 돼야 수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소 피해는 사과 색이 변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있다. 과가 크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한다. 강씨의 경우 작년 5kg 박스 기준, 여덟 개에서 열 개까지 담는 2다이와 3다이 상품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큰 과가 거의 없다고 한다. 가뭄에 일소가 더해지면서 뿌리가 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생긴 결과라고 한다. 일소는 유목일수록, 또 수세가 약할수록 피해가 크다고 한다.

강씨가 속해있는 작목반은 모두 36명. 작목반원 한 명도 빠짐없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재배 면적이 60ha 가량 되는데 대부분이 홍로 품종이다. 일소 피해가 홍로에서 많이 발생함에도 재해보험 특약에 가입한 농가가 하나도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36명중 11명이 봄동상해 특약에 가입하고 일소 특약을 들은 농가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작목반 한 농민은 “수십년 사과농사를 지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예요. 한 두 개 피해가 있었지만 이런 경우가 없으니까 아무도 안 들은 겁니다.”

농민들은 올해 소득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씨는 “농약값도 못 건질 사람이 많아요. 홍로는 추석을 보고 하는 건데 색도 안나고 과도 작으니 값을 제대로 못받을 거예요. 정품이 별로 없습니다”고 말한다.

일소 피해가 확산되자 충북원예농협과 군자농협에서 칼슘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혹시나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해서 지원에 나선 것이다. 한 농민은 “이미 늦었어요. 제가 올해 칼슘을 열 번을 쳤어요. 그런데도 이 지경입니다. 답답한 상황입니다”고 토로한다.

연풍면은 사과재배 농가가 200호쯤 된다. 대부분이 일소피해가 큰 홍로를 재배하고 있다. 현재로선 피해액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괴산=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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