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농업협력사업 ‘채비’
농기계·종자·비료·농약 등 
창구 일원화 필요성 제기

"북한농업전문가와 함께
협력·투자 전략 수립해야"


남북농업협력사업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 농기계와 농약, 비료 등 농기계·농자재업계를 하나로 묶는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남북농업협력 과정에서 농기자재산업의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다.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남북농업협력사업의 물꼬가 트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남북이 지난 8일 금강산에서 ‘남북 접경지역 병·해충 공동방제’를 함께 진행한 가운데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인사청문회(9일)에서 남북농업협력사업을 위한 장관회담을 두고 ‘가능하다면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에 비춰, 남북농업협력사업이 가시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농기자재업계 안팎에서도 남북농업협력사업을 위한 채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핵심이 ‘협의체’다. 각자 협의체 구성요건에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양한 농기자재산업의 의견을 모아 남북농업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단일화된 창구가 중요한다는 데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먼저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은 북한에 지원하는 유기질비료의 품질부터 공급물량·방법, 기준 등을 설정하기 위한 주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렴, ‘대북비료지원협의회’을 제안했다. 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의 안인 부회장은 “대북 경제협력 과정에서 농기자재를 지원을 하려면 ‘종합타워’부터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히면서 친환경농자재, 무기질비료와 유기질비료, 종자·묘목, 농기계, 시설자재 등이 함께 하는 ‘농자재 남북경협단’을 제시했다.

농기계업계도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은 ‘남북 농업기계 교류 위원회’를 통해 농기계 지원 창구를 일원화한다는 계획을 실행 중인 가운데 하창욱 대동공업㈜ 대표이사도 “남북경제협력사업에 농기자재가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산발적으로 여러 군데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보단 농기계조합으로 창구를 일원화해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이주량 연구위원은 남북농업협력사업 시 ‘북한 테스트베드’를 확대할 것을 주문, “북한 테스트베드에서는 농기계를 비롯해 농자재, 종자, 비료, 농약 등 북한에 적용할 수 있는 농업 투입재를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민간이 참여하는 플랫폼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처럼 농기자재업계가 다양한 구상을 내놓으며, 협의체 구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제는 이들을 통합, 실제 컨트롤타워를 검토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기자재산업의 범위가 워낙 넓어 각자 입장을 반영한 협의체를 주장할 수밖에 없는데, 농기자재업계와 더불어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전체 농기자재산업을 아우를 수 있는 진짜 협의체를 만들어야 할 시점에 왔다”는 게 농기자재업계의 중론이다.

이중용 서울대 교수는 “농기계, 자재, 비료, 농약 등을 연합한 협의를 구성하고, 북한농업전문가 등과 함께 남북간 평화시대의 장단기 협력·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정민 통일농수산사업단 사무총장은 “정부에서 남북농업협력을 둘러싼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전제하면서, “북한 시장이 열릴 때를 대비해서 북한에 눈을 돌리고 있는 중국보다 농업 이슈를 먼저 선점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통일부가 농업 이슈를 모으고 있긴 하지만 농업 전문성이 있는 농업계의 힘있는 목소리가 필요하며, 농기자재를 포함한 범농업계 거버넌스를 모색하는 데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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